빨간 우체통

미와도 형님

큰가방 2015. 6. 20. 14:25

미와도 형님

 

전남 보성 회천면 율포리 우편물 배달을 하면서 골목길 끝집에 택배 하나를 배달하고 나오는데 오토바이 옆에 화물차가 세워져 있다.

누가 하필 오토바이 바로 옆에 차를 세워놓았지?”하며 가까이 다가서자 창문이 열리면서 묵산마을에서 살고 있는

 

평소형님이라고 부르던 분이 어야! 자네 참말로 오랜만이시!”하며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지요?”

나야 잘 있었제! 그란디 으째 요새는 우리 마을에 통 안 와 분가?” “제가 안 가는 것이 아니고 갈 때 마다 형님께서 안 계시던데요.”

 

그란가? 그란디 내가 먼자 제수씨하고 은제 하레 놀러 와서 감자 잔 캐 가라고 그랑께 으째 안 오고 말어 분가?”

아이고! 형님도 참! 아니 어떻게 힘들게 농사 지어놓은 감자를 놀러가서 캐 올 수가 있답니까?” “그라기는 하것네만

 

그래도 나는 생각고 한 이야긴디 안 와 오고 있응께 또 지달렸단 마시!” “그러셨어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그렇지! 감자 캐러 갈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그랬어? 딴 사람 같으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캐 가고도 남으꺼인디

 

자네는 그란갑네 잉!” “그런데 점심 식사는 하셨어요? 식사 안 하셨으면 오늘 날도 굉장히 무덥고 그러니 제가 콩국수 한 그릇 대접할게요.”

아니 그라문 쓴단가 내가 대접해야제! 얼렁 식당으로 가세!”하여 중화요리 집으로 옮겨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킨 후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회령리 쪽에서 살고 있는 영감님 세분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더니 으째 청룡양반은 이라고 안 오까?”하고

영감님 한 분이 말문을 여신다. “먼저가라고 그랬응께 금방 오것제!” “그라문 멋을 시켜노코 지달리고 있어야제

 

기양 멀뚱멀뚱 앙거 있으문 쓰것는가?” “그라문 시키소!” “그란디 청룡 양반이 멋을 자실지 알아야 시키든지 말든지 하제!”

짬뽕을 좋아하드만 그랑께 우리 셋은 복은밥 시키고 그 양반 껏은 짬봉 시키세!” “그래도 괜찬하까? 그래 갖고

 

또 그것 안 묵을란다고 그라문 으짜껏이여?” “그라문 짬뽕은 우리가 묵고 그 양반은 복은밥 주제 으채!”

대차 그라문 쓰것네 잉!”하더니 주인에게 여그 복은밥 세 개하고 짬뽕 한 개요!”하는 동안 우리가 주문했던 음식이 나와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영감님 상에도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니 청룡 양반은 으째 이라고 안 온다냐?”하는 순간

식당 문이 열리고 영감님 한분이 들어오시자 와따~! 호랭이도 지 말하문 온다 글드만 형님이 그짝났네!”하시자

 

옆의 영감님께서 오늘 형님 멋 자실라요? 내가 보기에 짬뽕을 좋아하신 것 같어서 시켰는디!”하시자 상을 한번 둘러보신

영감님오늘 나는 복은밥을 묵고 싶은디!” “나는 형님 짬뽕 좋아한다고 시켰단께 또 복은밥 자신다고 그라요?”

 

그래도 그것 묵으께!”하자 이미 복은밥을 차지하였던 영감님께서 얼른 자신의 그릇을 영감님 앞으로 밀더니

오늘은 그라문 내가 짬뽕을 묵을라요. 그랑께 형님이 복은밥 잡수씨요!”하시자 옆의 영감님께서 그래야제! 미와도 형님인디 우리가 양보해야제! 으차꺼인가?”

 

"쪼끄만 빨리 왔쓰문 밥을 같이 묵으꺼인디 우리만 묵어부러서 미안해서 으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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