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편지 박성철 국장님! 엊그제 불어대던 찬바람이 가을을 쫓아내고 겨울을 불러다 앉혀버렸는지 오늘이 11월 초하루인데 길가에 하얀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기고 오가는 바람에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어대던 억새들이 어느새 호호백발 할머니로 변하여 목이 메도록 가을을 부르며 찾고 .. 따스한 이야기 2012.12.22
어부들의 농한기 어부들의 농한기 전남 보성 회천면 청포마을 맨 윗집에 2013년도 사용할 기다란 달력 하나를 배달하려고 높은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 오르고 있는데 어디선가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와 함께 ‘퉁! 퉁!’마치 망치로 무엇인가를 때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건너 .. 따스한 이야기 2012.12.15
진짜 생일 가짜 생일, 진짜 생일. 가짜 생일. 전남 보성 회천면 화당 마을 가운데 집에 조그만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할머니 댁 대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세우고 큰소리로 “할머니~이!”하고 불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다. “이상하다! 왜 대답이 없지?”하고 다시 한 번“할머니~이!”하고 크게 불렀으나 역.. 따스한 이야기 2012.12.08
야생 동물의 먹이 야생 동물의 먹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의 말이 되면서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강한 바람과 함께 동장군(冬將軍)이 찾아오더니 새벽이면 아무도 모르게 여기저기 하얀 서리를 뿌려놓고‘나는 아직도 건재하다!’는 듯 흔적을 남기고 어디론가 숨어버렸는데 추수가 모두 끝나 .. 따스한 이야기 2012.12.01
딸 친구의 선물 딸 친구의 선물 전남 보성 회천면 도당마을 할머니 댁에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대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세우고 “할머니~이!”하며 ‘빵! 빵!’소리를 냈더니 “누가 왔간디 나를 불러싸~아?”하고 마당에서 대답하신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할머니 약이 왔나 보네요.”하며 조그.. 따스한 이야기 2012.11.25
휴대폰 주인을 찾습니다. 휴대폰 주인을 찾습니다. 전남 보성읍 오서마을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노산마을을 향하여 길게 이어진 농로 길을 달려가고 있는데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있는 논 윗길을 커다란 트랙터가 막고 서있다. “어~야! 질을 막어부러서 으짜까? 미안하제만 오늘 하레만 저짝으로 돌아가문 안되.. 따스한 이야기 2012.11.17
"무슨 옷을 입으까?" “무슨 옷을 입으까?” 전남 보성 평촌마을 위쪽 집에 조그만 택배하나를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영감님께서 마당에 널어놓은 콩을 기다란 작대기로 두들기고 계시다 나를 보고 “아이고! 자네 참말로 오랜만에 보것네!”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그란.. 따스한 이야기 2012.11.10
두개의 보청기 두 개의 보청기 10월말이 다가오면서 들녘에 누렇게 익어 고개 숙인 벼를 수확하느라 콤바인들은 커다란 굉음을 내며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꼬리가 빨개질 대로 빨개진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살며시 내 곁으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고개를 흔들며 어디론.. 따스한 이야기 2012.11.03
세 번째 전화 세 번째 전화 전남 보성 회천면 마산마을 우편물 배달을 끝내고 마지막 석간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달리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여기 천포인데요. 아침에 택배를 오후3시에서 5시 사이에 배달해 준다.. 따스한 이야기 2012.10.28
벌 소동 벌 소동 전남 보성 회천면 서동마을 세 번째 집에 전화요금을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께서 기다란 막대기로 참깨다발을 두들기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반기신다.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어디 다녀오셨어요? 요즘 계속 문이 잠겨있던데요.” “노인들.. 따스한 이야기 201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