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330

개 팔자 상팔자는 옛날이야기

개 팔자 상팔자는 옛날이야기 오늘도 변함없이 하늘에서 강열한 폭염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지만 시골 들녘에는 지난 봄 부지런한 농부들이 심어놓은 벼들은 뜨거운 햇볕에도 무럭무럭 자라나 푸르름을 자랑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잠자리 한 마리 푸른 벼 위를 천천히 날더니 갑자기 하늘에 대고 “무더위야! 너는 쉬는 날도 없냐? 제발 하루쯤 푹 쉬면 안 되겠냐?”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오늘은 지인들과 산행을 하자고 약속한 날이어서 시간이 늦지 않게 모일장소에 나가 오늘의 목적지 조계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의 승용차는 전남 보성 문덕면을 지나 순천시 송광면 쪽으로 계속 달리면서 커브 길을 돌아가는 순간 애완견으로 보이는 예쁜 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도로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야! 너 그러다 치이..

꼼지락 거리기 2022.09.18

선배와 다이어트

선배와 다이어트 관주산 숲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앞에서 선배님 한분이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형님! 거기서 무엇하고 계세요?” 묻자 나무줄기에 앉아 즙을 빨아먹는 조그만 하얀 꽃처럼 생긴 벌레를 가르치며 “이것이 먼 벌레란가? 나는 첨 본 것인디 생긴 것은 꼭 째깐한 꽃 같이 생겼는디 만질라고 그라문‘톡! 톡!’뛴단 마시!” “그거요? 그게 벼룩벌레라고 하던데요.” “그래! 세상에는 벼라별 것들이 다 있네 그려 나는 첨에 저것이 멋인고? 그랬네!”하며 유심히 나를 훑어보더니 “자네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뒤로 몸이 더 안 불든가?” “몸이 안 불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랑께 체중이 더 많이 안나가드냐 그 말이여!” “처음에 막 퇴직하고 나서는 잘 모르겠더니 몇 개월 지..

꼼지락 거리기 2022.09.11

"농사짓기는 정말 힘들어!"

"농사짓기는 정말 힘들어!" 6월이 시작되면서 들꽃은 지천으로 피어나고 산골짜기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산새들은 여기저기 모여 앉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 순간에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는지 어느새 저만치에서 누가 부르지도 않은 7월이 문을 활짝 열고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어서와!”하며 반겨주었다. “7월이 되자마자 날씨가 굉장히 무더워졌는데 어떻게 잘들 지내셨는가? 집안은 다 무고하시고?”인사를 건네는 순간 친구 한사람이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늦어서 미안허시 내가 바쁜 일이 좀 있어 조금 늦었네!” “바쁜 일이라면 무슨 일 인데?” “자네들도 아시다시피 금년에 날씨가 너무 가물다보니 논에 물..

꼼지락 거리기 2022.09.03

5일 시장에서

5일 시장에서 오늘은 5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장날이어서 집사람과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뻥튀기 가게에서 누룽지와 떡국 떡 말린 것 그리고 쌀을 섞은 뻥튀기재료를 주인에게 건네며 “이것 맛있게 잘 좀 튀겨주세요.”부탁하자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재료를 깨끗하게 해오셨네요. 여기 놔두고 다녀오실 곳이 있으면 다녀오세요. 제가 잘해 놓을게요.” 해서 집사람에게 ‘장을 보고오라!’하고“저는 시간이 있는데 순서가 될 때까지 여기 앉아 기다려도 괜찮지요?” 하고 의자에 앉아 뻥튀기가 튀겨질 때까지 기다리는데 할머니 한분이 검은색 비닐봉지를 주인에게 내밀며 “요거이 강냉이 몰린 것인디 물 끼래 묵을랑께 꼬숩게 잘 튀여줘! 알았제?” “보리차용으로 튀겨달란 말씀이지요?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순서가 되..

꼼지락 거리기 2022.08.27

친구와 탈모

친구와 탈모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향하여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하고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코로나19시대 잘들 살았는가?” “잘 살았으니 이렇게 나타났지 못 살았으면 여기 나타났겠는가?” “자네 말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 그런데 한사람이 안 보이는데! 이 사람 왜 이렇게 늦을까?”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식당 문이 열리더니 “먼저들 오셨는가? 내가 이발좀 하고 오느라 조금 늦은 것 같네!”하며 친구가 들어오는데 평소에는 쓰지 않던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머리를 아주 짧게 깎은 것 같았다. “자네 갑자기 무슨 모자를 쓰고 다니는가? 그리고 머리도 굉장히 짧은 것 같은데.” “그게 요즘 곤란한 일이 생겨서 그러네.” “무슨 곤란한 일이 있어 그러는데?” “요즘 ..

꼼지락 거리기 2022.08.20

내가 산에 다니는 이유

내가 산에 다니는 이유 “동생! 오늘 혹시 무슨 계획 있는가? 없으면 나하고 무등산에 다녀오면 어떻겠는가?” “그러면 좋지요.” “그러면 조금 있다 9시에 자네집 앞으로 갈 테니 준비하고 나오시게!” “예! 잘 알았습니다.”해서 오늘은 무등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선배님과 내가 무등산 주차장에서 새인봉 쪽을 향하여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마침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와 함께 산을 오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굉장히 흐뭇한 마음이었다. 선배님과 나는 무등산 중머리재를 지나 토끼등 쪽으로 하산을 하려고 방향을 돌리는 순간 뒤를 따라오는 여자등산객이 있어 “먼저 가세요.”하고 길을 비키자 앞장을 서는 듯 하더니 뒤를 돌아보고 “지금 어느 쪽으로 가실 거 에요?” 물었다. “..

꼼지락 거리기 2022.08.13

한밤중의 두레질 소리

한밤중의 두레질 소리 전남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 뒤쪽 하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정자(亭子) 난간에 걸터앉아 건너편 논을 바라보았더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백로 한 마리가 모를 심으려고 물을 실어놓은 논을 왔다 갔다 하며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날도 징하게도 덥구만 나도 여그서 째깐 쉬어가야 쓰것네!”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영감님 한 분이 정자 가까이 다가오며 말씀하신다. “예! 어르신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가 시원하니 좋네요.”하고 벌떡 일어나 자리를 권하자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잉! 그래요~ 그란디 혹시 비 온다는 소식은 안들립디여?” “모레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기는 한데 많이 와도 5mm 정도 온다고 하네요. 그런데 엊그제처럼 천둥 번개 소리만 요..

꼼지락 거리기 2022.08.06

사람들의 기억력

사람들의 기억력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반대편에서 모르는 사람이 휴대폰을 이용하여 노래를 크게 틀면서 올라오고 있어. “안녕하세요?”인사를 건네자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떡하며 지나가버리자 옆에서 걷고 있던 선배께서 “자네 아는 사람인가?”하고 물었다. “아니요. 잘 모르는데요.” “그러면 왜 인사는 했는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새들의 노래 소리가 아름답고 공기 좋은 숲에서 만나면 서로 가벼운 인사 정도는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나는 자네가 잘 알고 있어 그러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나는 전혀 몰라요. 그리고 형님께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요.” “무엇을 부탁하려는데?” “다름 아니고 앞으로는 제가 모르는 것은 묻지 말아주세요.”..

꼼지락 거리기 2022.07.30

차마 깨버릴 수 없는 모임

차마 깨버릴 수 없는 모임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천천히 내려오는데‘띠~로링! 띠~로~링!’휴대폰 벨이 울리자 “예~에! 접니다.”하고 선배 한분께서 전화를 받더니“그동안 잘 계셨어요? 그런데 산행할 날짜가 며칠이냐고요? 5월 10일 날인데 그날 참석하실 수 있겠어요? 안 되겠다고요? 왜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몸이 갑자기 안 좋아 참석을 못 하시겠다고요?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산행 날짜는 정해져 있어 제가 마음대로 늦출 수도 없는데 그럼 아쉽지만 참석을 못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항상 몸 관리 잘하시고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왔는데 그러세요?” “내가 젊었을 때부터 시작한 등산모임이 있는데 그래도 작년까지는 한 달에 몇 사람이라도 모여 가까운 데크 길이라..

꼼지락 거리기 2022.07.24

야한 동영상 때문에

야한 동영상 때문에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가 지나면서 멀리보이는 산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시골 들녘에는 부지런한 농부들이 모내기 준비에 한창인데, 시골마을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아카시나무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얀 꽃들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채 지나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꽃을 바라 본 순간 아주 오래전, 먹거리가 귀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하얀 꽃을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착지근하면서도 향긋한 아카시향이 입안 가득했는데 그 시절 나와 함께 꽃을 따먹던 친구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순간 “어야~ 동생!”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예~에!” 대답하자 “자네는 먼 생각을 하길래 그라고 불러도 몰르고 있..

꼼지락 거리기 202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