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소주 유감

큰가방 2016. 1. 24. 19:15

소주 유감(遺憾)

 

오늘도 점심식사를 마친 나는 평소처럼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리고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를 돌아

구몽산(九夢山)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머리에는 안전모를 쓰고, 얼굴은 커다란 마스크로 가리고,

 

자전거를 타고 내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달려오고 있어,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길게 이어진 농로 길을 따라 즐겁게 걷고 있는데

어느새 내 앞까지 다가선 자전거가 멈추더니아이고~! 동생 오랜만일세!”하며 반갑게 말을 건네 바라보았더니 잘 아는 선배님이었다.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나야 잘 있었으니 이렇게 돌아다니지 그런데 동생! 오늘은 근무 안하고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가?”

근무요? 저 작년 연말에 정년퇴직 했어요.” “그랬어? 그러고 보니 자네 나이도 이제 60이 넘었제?” “그러니까요!

 

어쩌다보니 금방 60세가 넘어 정년하게 되었네요.” “그러게 말일세! 그런 것을 보면 정말 세월 빠르제? 그러면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가?”

그동안 청탁원고가 밀린 것이 있어 그것 좀 정리해서 출판사에 보내주고 나니 이렇게 시간이 잘 가네요.” “그래~! 대부분 사람들은

 

정년퇴직을 하고나면 시간이 잘 가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하던데! 그래도 자네는 빨리 적응을 잘해서 다행일세.

그런데 우리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저쪽 가게로 가서 소주라도 한잔 하면 어떻겠는가?” “소주요? 저는 요즘 술을 안마시거든요.

 

그러나 오랜만에 형님을 만나 서운하니까 제가 한잔 대접할게요.” “그래~! 아니 옛날에는 자네 술을 좋아하지 않았었나?”

그랬지요. 그런데 제가 3년 전에 담배를 끊으면서 술까지 같이 끊었어요.” “그랬어? 술 담배를 끊었다니 잘한 일인데

 

어떻게 그걸 한꺼번에 끊을 생각을 했는가?” “처음에 담배부터 끊으려고 시도를 했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술을 한잔씩 마시면서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술을 먼저 끊었어요. 그리고 한 2개월이 지난 뒤부터 담배를 끊었더니 수월하게 끊어지더라고요.”

 

그러면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단 말인가?”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잘했네! 정말 잘했어!”

그러면 형님께서는 지금도 술을 드시고 계세요?” “나도 정년을 하고나서 술을 끊으려고 했는데 집에서만 있으려니 심심해서

 

오후에 운동한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함께 여기 구몽산을 한 바퀴 돌아서 나가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저쪽 아파트 옆 족발 집 있잖은가?

거기를 지나가려면 친구들이우리 저기 가서 한잔씩만 하고 가세!’하고 자꾸 유혹하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그래서 처음에는꼭 한잔씩만 하자!’고 들어가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그러다보니 자꾸 본의 아니게 술을 마시게 되더라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혼자 운동을 하다 보니 누가 술 마시자는 사람이 없어 좋더라고!”하시더니

 

우리가 매일 이렇게 하는 것도 건강을 위함인데 나이 60이 넘었으면서도 젊은 사람처럼 매일 술을 마시거나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세! 그리고 기왕에 하는 운동,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알았제?”하시는 선배님의 얼굴에는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건강미가 철철 넘치는 것처럼 보였다


어젯밤부터 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에는 엄청난 눈이 내렸네요.





42372

'꼼지락 거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와 전기밥통  (0) 2016.02.21
쫓아버린 걱정  (0) 2016.02.14
22년 만의 만남  (0) 2016.02.07
황소 괴물 소동  (0) 2016.01.31
행복이라는 이름의 끈  (0) 201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