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피(血) 같은 돈

큰가방 2016. 6. 11. 12:12

() 같은 돈

 

엊그제 내린 비가 잠자고 있는 화신(花神)을 흔들어 깨웠는지 시골마을로 길게 이어지는 농로 길 옆에 하얀, 잉크, 빨간, 노란, 주황색의

조그맣고 예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내 곁을 맴돌더니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오늘은 선배의 자녀 결혼식 피로연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을 맞춰 식당을 갔더니

선배 세분이 먼저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있지! 그런데 자네는 요즘 뭐하고 지내는가?”

 

그냥 집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어요.” “그래~! 농사는 없고?” “농사는 없어요.”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 있던 선배께서

엊그저께 장터서 차사고(車事故) 났다드만 으서 났단가?”하고 묻는다. “병원 앞에서 쬐깐한 차 안 있는가?

 

옛날에 티코(tico) 보다 쪼깐 더 큰 차가 갑자기 병원 쪽으로 방향을 틀드만 병원장 차를 사정없이 들이 박어불데!

그라드만 뒤로 빠꾸하면서 무담시 지나가는 화물차를 또 박었는디 다행이 바꾸를 박어갖고 그라고 큰 피해는 읍는 것 같드라고!

 

그란디 다시 또 앞으로 가드니 또 병원장 차를 재차 박어부렇서!” “그러면 운전하던 사람이 술을 마시고 했을까요?”

술을 마신 것이 아니고 78세 되신 영감님인데 운전미숙이라고 그러더라고!” “그런데 병원장 차는 제가 알기로 외제차 같던데 하필

 

그 차를 박았다면 고쳐주려면 돈이 상당히 많이 들어 갈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조수석에서 할머니가 내리더니

누가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들은 차를 박은 일이 없다고 우기면서 팔팔 뛰더라고!” “그러면 어떻게 되었는데요?”

 

금방 옆에서 본 사람도 있고 또 차에 블랙박스가 있는데내가 안 박았다!’고 우기면 그게 해결 된 일인가?

그리고 자기가 일부러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차 보험회사에서 다 해결해 주겠지! 안 그런가?”하는데 건너편에 앉아있던 선배께서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내가 지난 1월 달에 사고를 한번 냈거든 그런데 그 앞날 저녁 늦게까지 쏘주를 한 잔 하고 아침에 일어나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하려고

차를 가지고 나가는데 눈이 엄청 많이 왔드라고, 그래서 차를 놔두고 갈까 하다에라 모르겠다!’하고 가지고 나갔어!

 

그리고 아반테 승용차를 따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급정지를 하는 거야!” “왜 급정지를 했는데요?”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급정지였고, 알고 봤더니 앞에 신호등이 있었던 거야!” “그러면 같이 정지(停止)하셨나요?”

 

아니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앞차를 들이박았어!” “그래서 어떻게 되셨는데요?” “뭘 어떻게 해! 수리해 줘야지.”

수리비는 얼마나 나왔어요?” “5백만 원이 넘게 나왔더라고. 그런데 하필 자차보험(자기차량손해담보)도 들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나니

 

정말 힘이 들더라고! 그래서 여기저기 다 알아보고 또 우리 처남이 잘 아는 공업사를 알아봐서 32십 만원에 고쳐주기로 합의를 했다니까.”

그러면 돈은 어떻게 마련하셨어요?” “어떻게 마련했겠는가? 3년 동안 조금씩 모아놓은, 정말 나에게는 피()같은 돈 32십만 원을 주고 나니

 

정말 하늘이 노래지더라고!” “그래도 사람 다치지 않고 그만 하기를 다행이네요.” “그러니까 그날도 우리 집 사람이

차를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할 때 말을 들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괜히 가지고 나갔다가 그랬다니까!

 

그리고 자차보험도 꼭 들어놓아야 하겠더라고! 사람이 재수가 없으면 벼라별 일이 다 생기니까 미리 대비를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더라고.”


"논에 뿌리는 그것은 무엇인가요?"  "우렁이 농법을 할라문 논에 우렁이를 너야 쓰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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