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팔아도 남는 게 있을까?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내린 하얀 서리가 동구 밖에 서있는 정자나무를 폭격(爆擊)했는지 지난여름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은 아무 힘없는 낙엽이 되어 우수수 쏟아져 내리고, 수확이 모두 끝난 시골 들판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치 한 마리만 “까~악! 까~악!”
연신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요새 친정 동생이 바쁘다고 하니까. 오늘은 내가 가서 도와주고 올게!”하고 처제(妻弟)집으로 향했던
집사람이 돌아오면서, 어른 주먹만큼 큰 대봉감이 50개씩 들어있는 자루 두개를 내밀었다. “이건 무슨 감이야?”
“동생이 형부 심심할 때 드시라고 해서 가져왔는데.” “그랬어! 그런데 처제 집에는 감나무도 없는데 무슨 감을 보냈을까?”
“이웃집에서 수확했는데 잘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며 몇 개만 팔아달라고 부탁 했나봐! 그래서 사 왔다고 이거 두개는 나보고 가져가라고 하던데!”
“그랬으면 한 자루만 가져오지 준다고 두 자루씩이나 가져와?” “근데 이게 하나에 5천원이야! 그러니까 두개 만원!”
“엉! 한 자루에 5천 원이라고? 무슨 감이 이렇게 싸! 이건 완전히 인건비도 안 나오겠는데!” “그러니까 시골 살기 힘들다고 그러지
왜 살기가 힘들다고 하겠어?”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렇게 큰 대봉감이 한 자루에 5천원이면 감 한 개에 백 원이라는 이야긴데
값이 싸도 너무 싼데 이렇게 팔고도 농민들은 남는 게 있을까?”하다 문득 후배의 이야기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며칠 전 선후배(先後輩)간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약속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 오세요!”하며
먼저 와있던 회원들이 반겼다. “잘들 계셨는가?”반가운 인사가 끝나고 후배에게 “자네는 엊그제 집에 감 따러 간다고 하더니 다 땄는가?”
“예! 따기는 다 땄어요.” “그럼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이야긴가?” “따기는 다 땄고 요즘은 부지런히 선별해서 시장에 내다 팔고 있어요.”
“감나무가 몇 그루나 되는데?” “아마 70그루쯤 될 거에요.” “아니 무슨 감나무가 그렇게 많아?” “그게 제가 심은 게 아니고
우리 아버지께서 직장 다니실 때 나중에 정년퇴직하면 그걸 따서 노후 생활하겠다고 심으셨거든요.” “그래도 70그루면 엄청나겠는데
그러면 금년에는 백 개 한 접에 얼마나 하던가?” “아주 굵고 흠집 없는 제일 좋은 상품(上品)은 3만원 한다고 하네요.”
“제일 좋은 게 그것 밖에 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흠집이 있거나 작은 것은 얼마나 하는데?” “그건 2만원도 하고 또 만원도 하고 그럴 거예요.”
“그래! 그러면 감나무에 비료나 약(藥)은 하지 않는가?” “왜 안 하겠어요? 거름은 나무 한 그루당 최소한 한포씩은 넣어줘야 하고.
약은 봄에 꽃 필 때 하는데 보통 세 번에서 다섯 번까지는 해야 감을 먹을 수 있어요.” “그러면 비료 값도 그렇지만 약 값도 만만치 않겠는데.”
“그래도 약을 하지 않으면 감을 수확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러니 시골에서 과수원을 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면 과수원은 자네 부모님께서 관리하시는가?” “처음에는 하셨는데 갈수록 나이가 많아지니 무척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집사람과 같이 돕고 있어요.” “그럼 감은 얼마나 팔았는가?” “집사람이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팔기도 하도
또 인터넷으로 파는데 제법 잘 팔더라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저온 창고에 넣었는데 모르겠어요. 언제쯤 다 팔수 있을지는.”
“그러면 수입(收入)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은 해 봤는가?” “그건 부모님이 하시니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계산해보면 농촌 일은 인건비 밖에 안 남더라고요.”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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