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어머니와 요양원

큰가방 2018. 5. 5. 13:44

어머니와 요양원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어서와!”하며 반긴다.

그리고 잠시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에도 친구들이 한사람 두 사람 모이기 시작하였다. “잘 있었는가? 몸도 건강하시고?”

 

나야 잘 있지! 자네는 어떤가?” “나도 잘 있어! 그런데 어머니는 어떠신가? 누구 이야기를 들으니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던데!”

우리 어머니는 요양원(療養院)으로 가셨어!” “지난번에는 자네가 모신다고 하지 않았는가?” “모셨지! 그런데 동생과 합의 끝에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했어!” “그랬으면 집에서 자네가 모실 때와 요양원에 계실 때와 어떻게 다르던가?” “모든 것이 다르지!

집에서 모실 때는 다 우리 손으로, 그러니까 항상 사람이 옆에 지켜있어야 하는데, 요양원에서는 그쪽에서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 주니까

 

그게 편하더라고!” “자네가 집에서 모신지는 얼마나 되었는데?” “3년이 넘었나? 아마 그렇게 될 거야!” “벌써 그렇게 되었어?

그럼 정말 고생이 많았겠는데! 그렇다면 자네 혼자서만 모셨는가?” “아니 그렇지는 않고 어머니는 당신 집에 계시고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가 교대로 일주일씩 어머니 집에 들러 간병(看病)을 하고 또 요양보호사를 고용하여 낮에는 그분이 와서 하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 아니고 1년이 넘고 2년이 넘어가니 정말 힘들더라고,” “무엇이 제일 힘들었는데?” “어머니께서 병석에 누워계셔도

 

당신이 평소에 드시고 싶은 것은 다 드시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무슨 음식이 잡수고 싶으면 나에게는 말씀을 안 하시고

간병인에게 사오게 한 후 그걸 배불리 드시고 또 그만큼 대변(大便)을 보니 그걸 치우는 사람은 정말 고역(苦役)이더라고!” “

 

그러나 어머니께서 드신다는데 못 드시게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게 문제더라고 또 당신에게 휴대폰이 있으니

중국 음식은 직접 시켜 드시면서묵고 죽은 귀신은 얼굴도 이삐다 글드라 그랑께 내가 멋을 묵든지 암말 말어라!’그러시더라고!”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었을까?”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지난번에는 갑자기 집으로 친척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거야!”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나가 금방 죽것응께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보게 우리 집으로 빨리 좀 오라!’고 하시니 안 올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서 느닷없는 손님 치르느라 혼났어!

심지어는 대학(大學)에 다니는 우리 딸에게도 할머니가 금방 죽것다, 그랑께 얼렁 잔 오니라!’전화를 하셨다고 그러네!”

 

연락을 받고 달려 온 자네 친척들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으면 조금 황당했겠는데!” “그런데 어떻게 하겠는가?

제발 전화 좀 그만하시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뺏어 버릴 수도 없고! 오죽하면 우리 딸이 나에게아빠! 할머니 금방 돌아가시게 생겼어?’

 

확인을 할 정도였으니 말일세! 그리고는 사람들이 오면아이고! 내가 어서 죽어야제! 우리 아들이 편하꺼인디 으째 이라고

나를 안 데꼬 간가 몰것서!’하시지만 당신 하는 것을 보면 삶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하신 것 같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삶의 애착이 강하신 분이 또 요양원에는 절대 안 가겠다고 했다면서, 어떻게 거기로 모실 수 있었는가?”

어머니께서 가신 곳은 여기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 새로 지은 건물인데, 시설도 아주 잘 되어있고 사람들도 굉장히 친절하더라고,

 

그리고 또 다행인 것은 어머니 친구 두 분이 계셔 아주 마음에 들어 해서 가시게 된 거야!”


봄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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