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야한 동영상 때문에

큰가방 2022. 7. 16. 14:41

야한 동영상 때문에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가 지나면서 멀리보이는 산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시골 들녘에는 부지런한 농부들이 모내기 준비에 한창인데,

시골마을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아카시나무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얀 꽃들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채

 

지나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꽃을 바라 본 순간 아주 오래전, 먹거리가 귀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하얀 꽃을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착지근하면서도 향긋한 아카시향이 입안 가득했는데 그 시절 나와 함께 꽃을 따먹던

 

친구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순간 어야~ 동생!”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 대답하자

자네는 먼 생각을 하길래 그라고 불러도 몰르고 있는가?”하며 선배께서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별 생각 없이 잠시

 

때리고 있었네요.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아니 이것 잔 봐주라고.”하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게 어째서요?”

다름이 아니고 며칠 전 우리 칭구한테 전화가 왔드란 마시.” “뭐라고 왔는데요?” “거시기나한테 혼자 보기 아까운

 

아조 재밋는 동영상이 있단마시 그랑께 자네한테만 특별히 보내 주꺼잉께 잘 보소 잉! 그라고 재밌으문 술도 한잔 사고 말이여! 알았제?’

하드니 내가보내라!’말도하기 전에 휴대폰에서까까오 톡이라 글디야? 먼 소리가 난 것 같드니 동영상이 왔드라고.”

 

그러면 보셨어요?” “그라문 봐야제 친구 성의도 있고 그란디 안 보문 쓰것는가?” “그러면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던가요?”

솔직히 말해서 아조 재밋는 내용은 아니고 어런들만 볼 수 있는 째깐 야한 내용이드라고. 그란디 이것을 보기는 봤는디

 

인자 그것을 우추고 해야 쓰까? 꺽정이 생기드란 마시.” “걱정이 생겨요? 왜요?” “자네도 알다시피 휴대폰을 꼭 나만 사용하라는

법도 읍응께 가끔가다 우리 집사람도 사용할 수 있고 또 우리 딸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란디 그것을 볼라고 해서 보는 거시

 

아니고 우연히 까똑인가 멋인가를 열었다가 그것을 봐 불문 우리 집사람은 그란다 치드라도 우리 딸이 봐 불문 그거시 먼 챙핀가?

우리 아부지는 맨날 이런 것만 본다냐? 으찬다냐?’생각할 수도 있고 그래서 꺽정이 만이 되드라고.” “형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남의 휴대폰 카카오 톡에 저장되어 있는 동영상 내용까지는 그렇게 신경을 안 쓸 것 같은데 괜한 걱정을 하신 것 아닐까요?”

동생 말도 틀린 말은 아닌디 그래도 어찌되얐든 내 생각에는동영상 내용을 지와불자 그라문 흔적도 읍시 사라질테니

 

뭣이 꺽정이냐?’하고 내용을 지운다고 지왔는디 내가 멋을 잘못했는가는 몰라도 까까오톡이 통째로 사라져 부렀서! 그래논께

우리 애기들이 손지들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기로 했는디 우추고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 알수가 읍드란 마시 그랑께

 

자네가 손을 잔 봐주소!” 해서 휴대폰을 넘겨받아 카카오톡 앱을 다시 설치하려고 했는데 앱을 찾을 수 있는다음이나네이버

모두 삭제되어 어디로 들어가 앱을 다시 다운 받을 수 있을까?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유튜브(YouTube)에서

 

앱을 다운 받을 수 있을까? 하였는데 설치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만 있을 뿐 앱을 다운 받을 수는 없는 것 같았다.

형님! 아무리 해도 제 실력으로는 카카오톡 앱을 다운 받기는 힘들 것 같거든요. 그러니 휴대폰 대리점에 가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런가? 무담시 필요도 읍는 동영상 한나 받어논께 여러 사람이 성가시네.”

 


하늘에서는 계속 폭염을 쏟아 붓고 있지만 사과나무의 사과는 예쁘게 커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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