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19

"농사짓기는 정말 힘들어!"

"농사짓기는 정말 힘들어!" 6월이 시작되면서 들꽃은 지천으로 피어나고 산골짜기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산새들은 여기저기 모여 앉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 순간에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는지 어느새 저만치에서 누가 부르지도 않은 7월이 문을 활짝 열고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어서와!”하며 반겨주었다. “7월이 되자마자 날씨가 굉장히 무더워졌는데 어떻게 잘들 지내셨는가? 집안은 다 무고하시고?”인사를 건네는 순간 친구 한사람이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늦어서 미안허시 내가 바쁜 일이 좀 있어 조금 늦었네!” “바쁜 일이라면 무슨 일 인데?” “자네들도 아시다시피 금년에 날씨가 너무 가물다보니 논에 물..

꼼지락 거리기 2022.09.03

친구와 어머니

친구와 어머니 길을 가다 우연히 옛날에 아주 절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그러게 자네는 어떤가? 직장에서 정년퇴직은 했을 것 같고 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는가?” “직장에서 정년은 진작했는데 지금도 서울에서 살고 있어.” “그러면 시골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가?” “시골집에는 어머니가 살고 계셔!”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고? 그러면 연세가 상당히 많으실 것 같은데?” “금년에 90세시거든.” “그러면 몸은 건강하신가?” “시골 사는 노인들이 건강하면 얼마나 건강하시겠어? 항상 여기저기 아픈 곳을 달고 사는 거지.” “그러면 정신은 괜찮으시고?” “아직까지는 괜찮으신데 시골집에서 혼자 계시다보니 누구 말벗도 없고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치매증상이 있는 것 같더라고..

꼼지락 거리기 2021.08.21

술 마시는 법에 대한 연구

술 마시는 법에 대한 연구 관주산 숲길을 빠르게 걷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무더워 등에 땀이 흐르는데 바람이 불어오니 정말 시원하고 좋구나. 엊그제까지도 이렇게 바람이 불면 춥다! 고 느꼈는데 그새 날씨가 여름 날씨로 변했으니 세월이 정말 빠르게 달려가고 있구나!’ 괜스런 생각을 해 본다.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 건너편 식탁에서 식사하는 학교 동창을 만났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는가?”묻자 “나는 항상 잘 있는데 자네는 어떤가? 직장에서는 퇴직을 했을 것 같고.” “퇴직한지 벌써 6년이 넘었어! 그런데 자네는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가?” “나도 직장에서 퇴직하고 시골로 내려왔어.” “그랬어? 그러면 내려 온지 얼마나 되었는데?” “재재작년에 ..

꼼지락 거리기 2021.08.07

운동 중 제일 좋은 운동

운동 중 제일 좋은 운동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언제부터 내렸는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는데, 건너편 집 마당 한구석에 갈바람에 옷을 모두 벗어버린 감나무가 꼭대기에 마지막 남은 단감 하나를 매달고 내리는 겨울비를 흠뻑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아무도 모르게 겨울이 우리 곁에 찾아와 살며시 웃고 있겠지?’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형님 오랜만이네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가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었다. “그래 동생 정말 오랜만일세! 그런데 요즘 퇴직하고 무엇하고 지내는가?” “퇴직한지 몇 개월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조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그냥저냥 지내고 있어요.” “그러면 농사 ..

꼼지락 거리기 2020.12.26

고추와 탄저병

고추와 탄저병 오늘은 마을의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참석한 다음, 선배 한 분과 함께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길 옆 넓은 밭에 굵직굵직하고 커다란 고추들이 빨갛게 잘 익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형님! 금년에는 고추농사가 괜찮아보이나요? 여기서 보면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요.” “그런가? 그런데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은 다르거든, 어디 한번 가까이 가보세!”하고 고추밭으로 다가서자 빨갛게 잘 익어가는 고추가 있는가 하면 말라비틀어진 것들과 빨갛게 잘 익어가다 병이 들었는지 그대로 썩어가는 것도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본 선배께서 “저게 모두 탄저병 때문인데 이 사람이 농사를 잘 지은 줄 알았더니 엉망일세! 밭을 왜 이래 놨을까?”하며 안타까운 표정이다. “약을 제때에 뿌리지 않..

꼼지락 거리기 2020.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