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17

"담배를 끊으세요!"

“담배를 끊으세요!”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일이어서 시간에 늦지 않도록 약속 장소에 모인 다음 산으로 향하였다. 우리 일행이 얼마나 산을 올랐을까? 차가운 겨울날씨지만 나도 모르게 숨이 차오르고 땀이 조금씩 흐르는 것 같아 바람이 불지 않은 양지쪽에 자리를 잡고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세!”하며 숨을 고르는데 “여기 따뜻한 유자차 있습니다. 한잔씩 하세요!” “저는 고구마를 쪄왔는데 아주 달고 맛있거든요.” “저는 옥수수를 삶아왔는데 드셔보세요!”하면서 자신이 준비해 온 간식거리를 내 놓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자네 옥수수를 어디에 보관했기에 금방 수확한 것처럼 이렇게 찰지고 맛있을까?” “그게 저의 집에서 재배한 게 아니고 강원도 철원에 저의 처제가 사는데 거기서 보내준 옥수수거든요. 그..

꼼지락 거리기 2022.03.05

백해무익한 담배

백해무익한 담배 전남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 팔각정에서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맞추어 허리 돌리는 운동기구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어~이! 자네 참말로 오랜만이시!”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였다.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나야 잘 있었제~에! 그란디 자네는 정년퇴직(停年退職)한 뒤로는 통 얼굴이 안 보여 불데 그동안 으디 갔다 왔는가?” “제가 다녀올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냥 집에서 꼼지락 꼼지락 여기도 조금, 저기도 조금, 건드려 보다가 오후가 되면 운동하러 나오고 하다보면 하루가 가던데요.” “그래~에! 그라문 건강은 으짠가?” “아직은 아픈데 없이 좋은 편이에요.” “그라문 다행이시!” “그러면 형님 건강은 어떠세요? 얼굴은 옛날보다 더 좋은 ..

꼼지락 거리기 2022.01.15

치매와 건망증

치매와 건망증 “내일은 태풍 급의 강한 바람과 함께 곳에 따라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 있겠으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피해가 없도록 미리 대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하였는지 어제 깊은 밤부터 불어대기 시작한 강풍은 날이 새도록 사나운 괴성을 지르며 여기저기 많은 눈을 뿌려대더니 아침이 되면서 조금 잔잔해진 느낌이지만 눈 위를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선배 두 분과 산 중턱쯤 내려왔을 때 선배 한분께서“어! 내 휴대폰이 어디 갔지?”하며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였다. “휴대폰이 사라졌나요?” “그러니까! 아까 내가 우리 딸에게 온 전화를 받고 호주머니에 잘 넣어둔 것 같은데 이상하다?” “혹시 아까 전화 받고 전화기를 운동기구 옆에 ..

꼼지락 거리기 2021.03.20

백해무익한 담배

백해무익한 담배 아침에 조금 쌀쌀함을 느낄 때는 가을이 금방 우리 곁을 떠나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약간 차가운 바람만 불어댈 뿐 여기저기 빨갛고, 노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데,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몸을 부르르 떨며, 들녘에 서서 오가는 바람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는 억새에게‘가만히 좀 있으라.’며 자꾸 짜증을 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솔솔 풍겨져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 담배를 피우나? 왜 식당에서 냄새가 나지?”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창밖 조금 외진 곳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피우는데 연기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웬만하면 저건 끊는 것이 좋은데 무엇이 좋아 저렇게..

꼼지락 거리기 2020.12.19

친구와 뇌졸증

친구와 뇌졸중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내려온 이슬이 거미줄에 방울방울 매달린 채 동녘의 밝은 햇살을 받으며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아직 피지도 않은 백합의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하자 백합은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자꾸 머리를 흔들어 쫓아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추어 식당(食堂)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잠깐만요!”하는 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친구 부인(婦人)이었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 가는 길이세요?” “오늘이 곗날이라면서요?” “오늘 곗날은 맞는데 친구는 어디 갔나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참석을 못할 것 같다고 곗돈이라도 내고 오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겼다면 안 좋은 일이 생겼나요?” “그건 우리 ..

꼼지락 거리기 2020.09.05

담배와의 전쟁

담배와의 전쟁 24절기(節氣)중 네 번째 절기인 춘분(春分)이 지나자마자 이른 새벽부터 누가 잠자는 새들을 흔들어 깨웠는지“짹! 짹! 짹!” “꾸찌! 꾸찌! 꾸찌!” “오~로~로~오께옥!”여기저기서 새들이 서로 자신이 잘났다며 목을 길게 빼고 노래 부르는데, 이제야 부스스 잠을 깬 하얀 꽃 목련 아가씨 나를 보고 깜짝 놀라 얼른 고개를 숙이더니 수줍은 듯 빙긋이 웃는 얼굴로 “안녕하세요?”인사하는 듯하였다. 전남 보성읍에 위치한 관주산을 오르다 문득 앞을 바라보니 선배 한분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 형님!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하자 고개를 돌리더니 “어서와! 그란디 어째 여그는 날마다 오르는데도 이라고 심이 든가 몰것네!”하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여기는 조금 오르기 힘든 구간이니 당연..

꼼지락 거리기 2020.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