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11

버스 안내원의 추억

버스 안내원의 추억 광주(光州)를 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서자 “형님 오랜만이네요. 어디 가시게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후배 한 사람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광주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려고 그러네. 그런데 자네는 어디가려고?” “저는 광주 대학병원에 다녀오려고요.” “병원에는 무슨 볼 일이 있는데?” “제가 몇 년 전 암 수술을 받은 후 완치 판정은 받았는데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라고 해서요.” “그래도 이미 완치 판정을 받았으면 그리 걱정할 것은 없겠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어찌 걱정이 안 되겠어요? 그러나 처음 수술을 받은 다음 검사 받을 때 보다는 훨씬 마음이 가볍다고 해야 되겠지요?”하며 버스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감님 한 분이 들어오더니 “여가 사람이 읍는디 차표를 으서 ..

꼼지락 거리기 2022.05.27

병원 화장실에서

병원 화장실에서 아침 7시 반경 세수를 하려고 광주의 대학병원 병동(病棟) 화장실로 들어서자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얼룩진 바닥을 부지런히 닦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바닥에 무엇이 그렇게 많이 묻었답니까?” “어젯밤 누가 화장실에서 변(便)을 보았는데 변기에 앉지 못하고 바닥에다 본 모양인데 나오면서 그걸 밟았는지 여기저기 묻어 있네요.” “아니 누가 대변을 변기에 앉아 보지 않고 바닥에다 본답니까? 혹시 아주머니 골려주려고 심술부린 것 아닐까요?” “심술부리는 것은 아니고 여기는 밤이면 보호자 없이 환자들만 계시니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화장실에 오시면 링거 줄이라든가 그런 것 때문에 변기에 앉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할 수 없이 바닥에 변을 보는 경우가 있거든요..

꼼지락 거리기 2021.07.10

할머니의 푸념

할머니의 푸념 오늘은 일 년에 두 차례씩 하는 신장(腎臟) CT촬영이 있는 날이어서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먼저 피와 소변 검사를 받기위해 채혈(採血)실로 향하였는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보였고 내가 번호표를 뽑아 안내하는 분에게 보이면서 “선생님 저는 접수가 되었습니까?”물었더니 “예! 접수되었으니 미안하지만 밖에 나가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 왜 밖에 나가 기다리라는 겁니까? 평소에는 안에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손님들이 굉장히 많아 안에는 앉을 자리도 없을 뿐 아니라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안에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밖에 나가 계시라는 겁니다. 밖에서 기다리시면 순서가 되면 저희들이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할 텐데 귀..

꼼지락 거리기 2021.05.22

수술 보다 더 좋은 걷기 운동

수술 보다 더 좋은 걷기 운동 엊그제가 이십사절기 중 스물세 번째 절기 소한(小寒)인데‘대한(大寒)이 소한 집에 놀러 왔다 얼어 죽었다.’는 옛날 속담이 틀린 말이 아닌 듯 어제 오후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차갑고도 매서운 칼바람은 밤이 되자 눈구름까지 데리고 와 밤새 얼마나 퍼부었는지 아침에 창문을 열자 온통 은세계로 변해 있었다. ‘소한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 는 옛말이 있는데 그 말이 틀인 말은 아니었구나!’ 생각하니 새삼 그런 말을 만들어 낸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관주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의 계단에 막 한 발을 올렸는데 “어이 동생! 산에 가는가?”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부부가 활짝 웃으며 서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지난번에 누구에게 들으니 형수님 몸..

꼼지락 거리기 2021.02.27

암과 운명

암과 운명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오더니 길옆 예쁘게 피어나기 시작한 족두리 또는 풍접초라고 불리는 꽃 옆으로 다가서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바로 옆 아주 보잘 것 없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꽃에 앉더니 기다란 관으로 꿀을 빠는 것처럼 보였다. ‘나비에게는 아무리 화려하고 예뻐도 필요 없고 꿀 많은 꽃이 최고인가 보구나! 그런데 우리는 실속보다는 너무 화려하고 예쁜 것만 찾는 것은 아닌가?’생각하는데 “동생! 사람이 그렇게 불러도 모르고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先輩)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어디 다녀오는 길이세요?” “오늘이 5일 시장(市場)이 열리는 날이어서 장 구경 한 번 가 보려고 나왔네!” “날씨도 무더운데 다녀오..

꼼지락 거리기 2020.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