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7

딸의 말 한마디에

딸의 말 한마디에 하늘에서 내리는 햇살은 따갑다 못해 뜨거울 지경인데 피부를 스치며 살랑살랑 지나가는 산들바람은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 부럽지 않은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끼게 하면서 막바지 여름이 한꺼번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마을의 형님, 형수님과 함께 산을 내려오는데 앞서가는 형님 모자사이로 하얀 머리카락이 삐죽이 나와 빙긋이 웃는 것처럼 보였다. “형님 혹시 머리 염색(染色)하실 때 되지 않았나요?”묻자. 고개를 돌리더니 “나는 염색 안 하는데!” “그 말씀이 정말이세요?” “아니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왜 내말을 못 믿어! 나뿐만 아니고 우리 누님들도 모두 그걸 안 하고 살거든.” “아니 어떻게 그렇게 좋은 머리를 가질 수 있답니까?” “그것까지는 내가 잘 모르겠는데 아..

꼼지락 거리기 202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