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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푸념

할머니의 푸념 오늘은 일 년에 두 차례씩 하는 신장(腎臟) CT촬영이 있는 날이어서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먼저 피와 소변 검사를 받기위해 채혈(採血)실로 향하였는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보였고 내가 번호표를 뽑아 안내하는 분에게 보이면서 “선생님 저는 접수가 되었습니까?”물었더니 “예! 접수되었으니 미안하지만 밖에 나가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 왜 밖에 나가 기다리라는 겁니까? 평소에는 안에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손님들이 굉장히 많아 안에는 앉을 자리도 없을 뿐 아니라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안에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밖에 나가 계시라는 겁니다. 밖에서 기다리시면 순서가 되면 저희들이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할 텐데 귀..

꼼지락 거리기 2021.05.22

지금 내 나이에!

지금 내 나이에! 오랜만에 선배 두 분과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선배 한분께서 말문을 열었다. “어제 내가 우리 집사람과 저녁밥을 먹으면서 가만 생각해보니‘애기 엄마가 없으면 나 혼자서는 못살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그래서 집 사람에게 ‘여보! 나는 당신이 업으문 죽을 것 같은디 으짜까?’ 그랬드니 ‘으째 갑자기 죽을 것을 꺽정하요?’글드라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내가 밥을 할 줄 안다거나, 또 김치를 담글 줄 안다거나, 아니면 찌개를 끓일 줄 안다거나, 하다못해 빨래 한 가지도 다 당신이 해 주는 것 만 먹고 쓰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니 기가 막혀서 그런다. 고 했더니 ‘그러면 지금부터 빨래하는 법, 밥하는 법, 김..

꼼지락 거리기 2020.12.05

암과 운명

암과 운명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오더니 길옆 예쁘게 피어나기 시작한 족두리 또는 풍접초라고 불리는 꽃 옆으로 다가서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바로 옆 아주 보잘 것 없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꽃에 앉더니 기다란 관으로 꿀을 빠는 것처럼 보였다. ‘나비에게는 아무리 화려하고 예뻐도 필요 없고 꿀 많은 꽃이 최고인가 보구나! 그런데 우리는 실속보다는 너무 화려하고 예쁜 것만 찾는 것은 아닌가?’생각하는데 “동생! 사람이 그렇게 불러도 모르고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先輩)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어디 다녀오는 길이세요?” “오늘이 5일 시장(市場)이 열리는 날이어서 장 구경 한 번 가 보려고 나왔네!” “날씨도 무더운데 다녀오..

꼼지락 거리기 2020.10.03

술과 운동

술과 운동 “내일은 곳에 따라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가득하고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바람은 푸르디푸른 애기단풍잎 사이를 지나며 귓가에‘스~스~슥!’사랑의 밀어(蜜語)를 속삭이는데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頂上)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운동(運動)을 하고 있는데 “동상 오셨는가?”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잘 아는 선배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항상 저보다 더 빨리 오시더니 오늘은 웬일로 늦으셨네요.” “금메! 으째 오늘은 여그 잔 올라온디 엄청 심이 마니 들어 몇 번 쉬다 본께 이라고 늦어부네!” “형님 나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힘이 드시겠지요. 그런데 어제는 왜 안 오..

꼼지락 거리기 2020.08.15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 멀리 보이는 산(山)이 어제보다 더 녹음(綠陰)이 짙어지는 6월이 시작되면서 시골집 울타리에 빨갛게 피어난 장미아가씨는 지나가는 길손에게 수줍게 인사하는데, 무더위를 품은 바람이 찾아와 자꾸 아가씨를 흔들어 대는데도 새들은 아무런 관심조차 없는지, 마을 앞 정자나무에 모여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데 휴대폰에서‘띠로링~’소리가 들려 열어 보았더니 후배(後輩)가 보낸 부고(訃告)장이 와 있어서 선배 한분과 장례식장(葬禮式場)으로 향했다. 그리고 상주(喪主)를 만나 조의(弔儀)를 표한 뒤 자리에 앉아 음식(飮食)을 먹으면서 물었다. “어머니는 금년 몇 살이신가?” “올해 아흔 두 살이신데 이렇게 돌아가시니 마음이 안 좋네요.” “그러면 지금까지 ..

꼼지락 거리기 2020.08.01

사람마다 갖고 있는 병

사람마다 갖고 있는 병 관주산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데 어디선가‘부~우~웅!’벌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어른 키보다 두 배는 더 높아 보이는 커다란 아카시나무의 하얀 꽃들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피어있는 사이를 꿀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먹거리가 귀했던 어린 시절 아카시 꽃을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으면 달착지근하면서도 향기로움이 입안에 가득차곤 하였는데! 이제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다 잊혀져버린 지난날의 추억이 왜 갑자기 생각날까? 하는데 누군가 “동생! 무슨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사람이 옆에 지나가도 모르는가?”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 두 분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들! 오랜만에 보겠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우리들이..

꼼지락 거리기 2020.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