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 28

한밤중의 두레질 소리

한밤중의 두레질 소리 전남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 뒤쪽 하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정자(亭子) 난간에 걸터앉아 건너편 논을 바라보았더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백로 한 마리가 모를 심으려고 물을 실어놓은 논을 왔다 갔다 하며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날도 징하게도 덥구만 나도 여그서 째깐 쉬어가야 쓰것네!”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영감님 한 분이 정자 가까이 다가오며 말씀하신다. “예! 어르신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가 시원하니 좋네요.”하고 벌떡 일어나 자리를 권하자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잉! 그래요~ 그란디 혹시 비 온다는 소식은 안들립디여?” “모레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기는 한데 많이 와도 5mm 정도 온다고 하네요. 그런데 엊그제처럼 천둥 번개 소리만 요..

꼼지락 거리기 2022.08.06

차마 깨버릴 수 없는 모임

차마 깨버릴 수 없는 모임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천천히 내려오는데‘띠~로링! 띠~로~링!’휴대폰 벨이 울리자 “예~에! 접니다.”하고 선배 한분께서 전화를 받더니“그동안 잘 계셨어요? 그런데 산행할 날짜가 며칠이냐고요? 5월 10일 날인데 그날 참석하실 수 있겠어요? 안 되겠다고요? 왜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몸이 갑자기 안 좋아 참석을 못 하시겠다고요?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산행 날짜는 정해져 있어 제가 마음대로 늦출 수도 없는데 그럼 아쉽지만 참석을 못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항상 몸 관리 잘하시고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왔는데 그러세요?” “내가 젊었을 때부터 시작한 등산모임이 있는데 그래도 작년까지는 한 달에 몇 사람이라도 모여 가까운 데크 길이라..

꼼지락 거리기 2022.07.24

버스 안내원의 추억

버스 안내원의 추억 광주(光州)를 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서자 “형님 오랜만이네요. 어디 가시게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후배 한 사람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광주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려고 그러네. 그런데 자네는 어디가려고?” “저는 광주 대학병원에 다녀오려고요.” “병원에는 무슨 볼 일이 있는데?” “제가 몇 년 전 암 수술을 받은 후 완치 판정은 받았는데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라고 해서요.” “그래도 이미 완치 판정을 받았으면 그리 걱정할 것은 없겠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어찌 걱정이 안 되겠어요? 그러나 처음 수술을 받은 다음 검사 받을 때 보다는 훨씬 마음이 가볍다고 해야 되겠지요?”하며 버스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감님 한 분이 들어오더니 “여가 사람이 읍는디 차표를 으서 ..

꼼지락 거리기 2022.05.27

민물조개의 추억

민물조개의 추억 저녁 식사를 하려고 주방으로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러 집사람에게 “오늘 저녁반찬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날까?” 물었더니 “어제 웅치(熊峙) 동생이 우렁이하고 마개를 잡아 가져왔데! 그래서 어제와 오늘 해감해서 된장국을 끓였는데 맛있을 것 같아?” “아니 요즘 시골에서 모 심으랴, 보리 베랴, 감자 캐랴, 정신없이 바쁠 텐데 우렁이 잡을 시간이 어디 있어 그걸 잡아와?” “그걸 잡으려고 해서 잡은 게 아니고 논에 모심을 물을 대려고 마을 위쪽에 있는 저수지 물을 모두 뺏던 모양이데! 그런데 모두 빠지고 나니 우렁이와 마개가 저수지 바닥에 쫙 깔려있어 그냥 두기 아까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주웠다고 그러데!” 하면서 전라도에서는 마개라고 부르는 어른 손바닥만큼 큰 민물조개..

꼼지락 거리기 2021.09.04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선지국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선짓국​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는데 “어이~ 동생 아직 멀었는가?”하고 선배께서 묻는다. “왜요? 벌써 가시게요?” “운동 끝났으면 내려가야 신입구출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올라오면 또 편리하게 이용할 것 아닌가?” “지금은 사람들이 올라 올 시간도 아니고 또 온다고 해도 제가 자리를 차지하면 얼마나 차지하겠어요? 그리고 이제 시간이 열시 조금 넘었는데 일찍 내려가서 무엇 하시게요?” “특별히 무엇을 해야 할 것은 없지만 오늘이 5일 시장이 열리는 날이니 장 구경이나 한 번 해볼까? 그러네.” “그러면 시장에서 선짓국 드시게요? 그러려면 아침 일찍 가셔야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옛말에‘선짓국도 초장 국이 맛있다.’라는 말이 있다는데 왜 그런 말이 생겨났을까요..

꼼지락 거리기 2021.04.10

낚시는 즐거워

낚시는 즐거워 TV를 켜자‘도시어부’라는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참돔 잡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었다. 맨 먼저 개그맨 이경규가 조그만 참돔을 잡아 크기를 잰 다음 살려주고 나니 김준현이 연속 세 마리를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를 추격(追擊)하는 이수근의 낚시에 커다란 물고기가 걸렸는데 건져내고 나니 부시리라는 대상 어종이 아니어서 결국 참돔의 마리 수와 무게에서 이기지 못하고, 그동안 고기를 낚아 올리지 못해 거지 조사(釣士)로 불렸던 김준현이 6개월 만에 우승했다는 내용이었는데 방송을 보고나니 문득 옛날 내가 한참 낚시에 열광했던 시절이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약 30년 전 그때 나는 일요일만 되면 낚시를 다녔는데 어느 여름날 선배 한분과 낚시터로 향하였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 ..

꼼지락 거리기 2021.02.06

"나쁜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나쁜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순천에서 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직행 버스를 탔다. 그리고 좌석에 앉아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감님 한분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컵라면을 한손에 들고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차에 올라오더니 내 건너편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자 기사가 차내를 돌아보더니 “어르신! 마스크 쓰세요!” 하자 “응! 알았어!”하며 호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쓰자“여기서 라면 드셨어요?”물었다. “아니 안 먹었어!”하자 라면을 가르치며 “뭘 안 드시기는 안 드세요. 거기서 김이 올라오고 냄새도 나는데 안 드셨다고 하면 되겠습니까?”하자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등받이 그물망에 끼우면서 “그러면 나 이 것 안 먹을게!” “안 드시면 ..

꼼지락 거리기 2021.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