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23

이웃집 사람

이웃집 사람 공과금을 납부하려고 우체국에 들러 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옆구리를‘쿡!’찌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후배가 빙그레 웃으며“형님 오셨어요?”하였다. “그래 동생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는가?” “자동차세 낼 때가 되어서요.” “그래! 나도 세금 때문에 왔거든. 그런데 엊그제 자네 골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던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는가?” “그거요? 별일 아니어요.”하면서도 인상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집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자네 고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던데 무슨 일 때문에 그랬던가?” “그게 우리 아랫집 영감님 있지 않습니까?” “그 영감님이 어째서?” “진작부터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입구에 동그란 원을 그리더니 ‘여기는 ..

꼼지락 거리기 2022.04.02

빨간 우체통

빨간 우체통 글: 류 상 진 꽃향기 그윽한 아름다운 이 가을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면 어떨까요? 국화 향기 잔잔한 우체국 창가에 앉아 사랑하는 마음을 적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쁜 사연 담은 편지 한 장 빨간 우체통에 넣고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요?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사랑의 편지를 배달하는 집배원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 건네주면 어떨까요? 사랑의 편지를 받았던 날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답장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님께서는 빨간 오토바이를 만나면 무슨 생각이 드시던가요? 국화 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이 가을날에

꼼지락 거리기 2021.10.09

엉뚱한 불장난

엉뚱한 불장난 5월 달 달력을 한 장 찢어내자 어느새 달려왔는지 6월이 내 앞에 서서 빙그레 웃고 있는데, 누구네 집 울타리에는 아직도 5월이 많이 남아있는지 엊그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붉고 노란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지나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고, 앞산 뻐꾸기들은‘뻐꾹! 뻐꾹!’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택배를 하나 보내려고 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자 선배 한분이 나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보시다시피 나는 항시 잘 있어! 그런데 동생 건강은 어떠신가?” “건강은 좋은 편이에요.” “몇 년 전 암 수술 받았다더니 지금은 어떤가?” “그것도 벌..

꼼지락 거리기 2021.07.24

제일 쓸쓸했던 설날

제일 쓸쓸했던 설날 ‘오늘 밤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리겠으니 도로 결빙으로 인한 미끄럼에 주의하시고 수도 동파 등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아침에 창문을 열자 어젯밤 많은 눈이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얀 은세계로 변해있었다. “내일 모레면‘눈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인데 아직도 동장군(冬將軍)은 우리 곁을 떠나기 싫은 것일까? 이제 그만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체국에서 택배를 하나 보내려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톡! 톡!’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 한분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는 항상 잘 있어! 설을 잘 지내셨는가?” “그럭저..

꼼지락 거리기 2021.03.27

후배와 다이어트

후배와 다이어트 ‘깍! 깍! 깍!’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우~루~루’밀려들어와 가슴에‘착!’안기는 차가운 바람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는 예고 같은데, 어디선가 까치 두 마리‘반가운 손님이라도 찾아온다!’는 뜻인지 이른 새벽부터 온 동네가 떠나갈 듯 계속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공과금을 납부하려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누군가 가볍게 등을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옛날에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후배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오랜만일세! 그 동안 잘 계셨는가?” “저는 항상 잘 있어요. 그런데 형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어떻게 지내기보다는 그냥 잘 지내고 있어!” “그럼 몸은 건강하시지요? 그런데 몸이 지난번에 만났을 때 보다 더 많이 빠지신 것..

꼼지락 거리기 2021.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