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31

선배와 다이어트

선배와 다이어트 관주산 숲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앞에서 선배님 한분이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형님! 거기서 무엇하고 계세요?” 묻자 나무줄기에 앉아 즙을 빨아먹는 조그만 하얀 꽃처럼 생긴 벌레를 가르치며 “이것이 먼 벌레란가? 나는 첨 본 것인디 생긴 것은 꼭 째깐한 꽃 같이 생겼는디 만질라고 그라문‘톡! 톡!’뛴단 마시!” “그거요? 그게 벼룩벌레라고 하던데요.” “그래! 세상에는 벼라별 것들이 다 있네 그려 나는 첨에 저것이 멋인고? 그랬네!”하며 유심히 나를 훑어보더니 “자네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뒤로 몸이 더 안 불든가?” “몸이 안 불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랑께 체중이 더 많이 안나가드냐 그 말이여!” “처음에 막 퇴직하고 나서는 잘 모르겠더니 몇 개월 지..

꼼지락 거리기 2022.09.11

외손녀의 피부

외손녀의 피부 오봉산 정상에서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띠로리~ 띠로리!” 누군가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후배 한사람이 “응~ 나다! 그래 어떻게 됐는데? 그랬어! 그래 잘했다! 애 썼다. 나는 괜찮으니까 그런 소리는 말아라! 서운할 것이 뭐가 있겠냐? 그리고 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 그러니까 나는 너와 애기 몸만 건강하면 되니까 아무 걱정 말아라. 그래 그럼 끊어라!” 하는 것을 보고“누구에게 온 전화인가?”선배께서 묻자 “서울에 있는 저의 딸인데 금방 외손녀를 낳았다고 전화가 왔네요.” “그러면 그 딸은 언제 결혼했는데?” “그러니까 작년 가을에 한 것 같거든요.” “그랬으면 아이를 빨리 가졌던 모양이네. 그나저나 자네가 외할아버지가 되신 것 축하드리네. 그런데 소감은 어떠신가?..

꼼지락 거리기 2022.02.12

백해무익한 담배

백해무익한 담배 전남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 팔각정에서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맞추어 허리 돌리는 운동기구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어~이! 자네 참말로 오랜만이시!”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였다.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나야 잘 있었제~에! 그란디 자네는 정년퇴직(停年退職)한 뒤로는 통 얼굴이 안 보여 불데 그동안 으디 갔다 왔는가?” “제가 다녀올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냥 집에서 꼼지락 꼼지락 여기도 조금, 저기도 조금, 건드려 보다가 오후가 되면 운동하러 나오고 하다보면 하루가 가던데요.” “그래~에! 그라문 건강은 으짠가?” “아직은 아픈데 없이 좋은 편이에요.” “그라문 다행이시!” “그러면 형님 건강은 어떠세요? 얼굴은 옛날보다 더 좋은 ..

꼼지락 거리기 2022.01.15

수술해도 아픈 다리

수술해도 아픈 다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벚나무를 마구 흔들어 몇 장 남아있지 않은 꽃잎을 모조리 떨구고 나자 하얀 제비꽃 수줍은 듯 피어나 웃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나비 한 마리 제비꽃 가까이에 서성이더니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나비야! 예쁜 제비꽃 아가씨가 아까부터 너를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하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잘 아는 형님 한분과 후배 아들 결혼식 피로연을 다녀오다 마을 형수(兄嫂)님을 만났다.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세요?” “오늘 우리 밭에 트랙타로 로타리를 친다 그래서 거그 잔 가볼라고요.” “그러고 보니 벌써 농사철이 시작되었네요.” “그랑께요. 봄이 오면 여그저그 꽃이 피고 그랑께 이삐기는 한디 농사짓는 사람들은 또 논..

꼼지락 거리기 2021.06.12

할머니의 푸념

할머니의 푸념 오늘은 일 년에 두 차례씩 하는 신장(腎臟) CT촬영이 있는 날이어서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먼저 피와 소변 검사를 받기위해 채혈(採血)실로 향하였는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보였고 내가 번호표를 뽑아 안내하는 분에게 보이면서 “선생님 저는 접수가 되었습니까?”물었더니 “예! 접수되었으니 미안하지만 밖에 나가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 왜 밖에 나가 기다리라는 겁니까? 평소에는 안에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손님들이 굉장히 많아 안에는 앉을 자리도 없을 뿐 아니라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안에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밖에 나가 계시라는 겁니다. 밖에서 기다리시면 순서가 되면 저희들이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할 텐데 귀..

꼼지락 거리기 2021.05.22

백해무익한 담배

백해무익한 담배 아침에 조금 쌀쌀함을 느낄 때는 가을이 금방 우리 곁을 떠나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약간 차가운 바람만 불어댈 뿐 여기저기 빨갛고, 노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데,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몸을 부르르 떨며, 들녘에 서서 오가는 바람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는 억새에게‘가만히 좀 있으라.’며 자꾸 짜증을 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솔솔 풍겨져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 담배를 피우나? 왜 식당에서 냄새가 나지?”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창밖 조금 외진 곳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피우는데 연기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웬만하면 저건 끊는 것이 좋은데 무엇이 좋아 저렇게..

꼼지락 거리기 2020.12.19

친구와 뇌졸증

친구와 뇌졸중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내려온 이슬이 거미줄에 방울방울 매달린 채 동녘의 밝은 햇살을 받으며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아직 피지도 않은 백합의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하자 백합은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자꾸 머리를 흔들어 쫓아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추어 식당(食堂)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잠깐만요!”하는 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친구 부인(婦人)이었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 가는 길이세요?” “오늘이 곗날이라면서요?” “오늘 곗날은 맞는데 친구는 어디 갔나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참석을 못할 것 같다고 곗돈이라도 내고 오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겼다면 안 좋은 일이 생겼나요?” “그건 우리 ..

꼼지락 거리기 2020.09.05

대상포진 때문에

대상포진 때문에 어젯밤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날이 새도록 재미있게 놀다간 자리를 미처 치우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동녘 하늘이 밝아오면서 ‘오~로~록 오께옥!’휘파람새의 멋있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노란 개나리와 수줍은 데이트를 즐기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알 수 없는 사랑의 속삭임이 잔잔하게 귓가를 스치는, 향기 가득한 봄이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살며시 웃고 있었다. 집에서 책을 읽다 문득‘요즘 몸이 아프다!’는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는데 잠시 신호가 가더니 “여보세요!”하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세! 점심 식사는 했는가?” “점심은 진작 먹었지 그런데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고 자네가 요즘 몸이 많이 불편하다고 해서 어찌된 일인가? 궁금해서 전화했네!” “그게 ..

꼼지락 거리기 20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