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17

선배와 다이어트

선배와 다이어트 관주산 숲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앞에서 선배님 한분이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형님! 거기서 무엇하고 계세요?” 묻자 나무줄기에 앉아 즙을 빨아먹는 조그만 하얀 꽃처럼 생긴 벌레를 가르치며 “이것이 먼 벌레란가? 나는 첨 본 것인디 생긴 것은 꼭 째깐한 꽃 같이 생겼는디 만질라고 그라문‘톡! 톡!’뛴단 마시!” “그거요? 그게 벼룩벌레라고 하던데요.” “그래! 세상에는 벼라별 것들이 다 있네 그려 나는 첨에 저것이 멋인고? 그랬네!”하며 유심히 나를 훑어보더니 “자네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뒤로 몸이 더 안 불든가?” “몸이 안 불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랑께 체중이 더 많이 안나가드냐 그 말이여!” “처음에 막 퇴직하고 나서는 잘 모르겠더니 몇 개월 지..

꼼지락 거리기 2022.09.11

친구 누님과 우슬 뿌리

친구 누님과 우슬 뿌리 며칠 동안 겨울을 잊은 듯 따스하기만 하던 날씨가 어젯밤 늦게부터 불어오던 찬바람 때문인지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코끝이 시릴 정도의 싸늘하게 퍼져오는 냉기(冷氣)가 계절은 어느새 겨울 깊숙이 들어섰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도 운동(運動)삼아 보성읍 우산리에 있는 구마산을 돌아 천천히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있어 무심히 가까이 다가섰는데 친구의 큰누나였다. “누님! 안녕하세요?”인사를 하자 고개를 돌리더니 “우메! 우리 동상이 오늘은 먼 일이다냐? 여그서 얼굴을 다 보고! 그란디 으디 갔다 와?” “운동 삼아 저쪽 구마산을 다녀오느라고요.” “그래~에! 인자 직장에서는 정년 퇴직했제~잉?” “작년에 했어요. 제가 영래..

꼼지락 거리기 2022.02.05

돈 버는 재미

돈 버는 재미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여름이 우리 곁을 떠나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조그만 조각들이 남았는지 오늘도 제법 무더운 느낌이 드는데, 길가에 빨강, 분홍, 하얀색 코스모스가 하나 둘 수줍은 듯 피어나 바람에 한들거리고, 푸른 하늘에 고추잠자리 몇 마리 이리저리 왔다갔다 저공비행을 하며 가을을 손짓하고 있었다.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山行)하는 날이어서 아침 식사 후 시간에 맞춰 회원들이 모이는 장소로 향하였고 시간이 되자 산을 향해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자 “잠시 쉬었다 가시게요!”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고! 힘들다!”하며 잠시 그늘에 앉아 흐르는 땀을 닦는데“우리 집에 배나무가..

꼼지락 거리기 2021.12.04

술 마시는 법에 대한 연구

술 마시는 법에 대한 연구 관주산 숲길을 빠르게 걷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무더워 등에 땀이 흐르는데 바람이 불어오니 정말 시원하고 좋구나. 엊그제까지도 이렇게 바람이 불면 춥다! 고 느꼈는데 그새 날씨가 여름 날씨로 변했으니 세월이 정말 빠르게 달려가고 있구나!’ 괜스런 생각을 해 본다.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 건너편 식탁에서 식사하는 학교 동창을 만났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는가?”묻자 “나는 항상 잘 있는데 자네는 어떤가? 직장에서는 퇴직을 했을 것 같고.” “퇴직한지 벌써 6년이 넘었어! 그런데 자네는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가?” “나도 직장에서 퇴직하고 시골로 내려왔어.” “그랬어? 그러면 내려 온지 얼마나 되었는데?” “재재작년에 ..

꼼지락 거리기 2021.08.07

후배와 소일거리

후배와 소일거리 여름으로 가는 두 번째 절기이자 '만물이 생장하고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한다.' 는 소만(小滿)이 지나자마자 날씨는 무더위 속으로 쏜살 같이 달려가고 싶은지,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섭씨 25~7도를 오르내리는데 새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여기저기 모여 목을 가다듬고 마치‘내가 최고!’라는 듯 노래 부르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길을 가다 친한 후배를 만났다. “동생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저야 잘 지내고 있는데 형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도 잘 지내고 있지! 그런데 자네 퇴직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퇴직 전보다 얼굴 보기 정말 힘드네.” “그러니까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럼 요즘 무엇하고 지내는가?” “저는 다시 재취업해서 직장에 다니..

꼼지락 거리기 2021.07.17

한꺼번에 10년씩 가버리는 세월

한꺼번에 10년씩 가버리는 세월 길을 가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 돌아보았더니 잘 아는 후배가 나를 보고 빙긋이 웃으며 “아니 형님은 무엇이 그렇게 급해 몇 번을 불러도 모르고 앞만 보고 가세요?”물었다. “그랬어? 나는 누가 부를 것은 생각도 않다 보니 그런 것 같네! 그런데 자네는 통 만날 수가 없던데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가?” “저는 경남 창원에서 살고 있어요.” “그러면 지금 어디 다녀오는 길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늦었지만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느라고요. 그런데 형님은 직장에서 정년퇴직하셨어요?” “퇴직한지 벌써 6년째 되었어.” “벌써 그렇게 되셨어요? 그런 걸 보면 세월 정말 빠르지요?” “그러게 말일세! 내가 처음 우체국에 근무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나에게는 정년퇴직이 없을 ..

꼼지락 거리기 2021.05.01

놓아주는 연습?

놓아주는 연습? 시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천천히 마을회관 앞을 지나가는데“이루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아!”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코로나19 때문에 지금까지 굳게 문이 닫혀있던 마을 노인정이 어느새 할머니들이 모여 깨끗이 청소를 끝내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저는 여자들이 많은 곳에 가면 부끄러워 말을 잘 못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머시 으찬다고? 여자들이 만하문 여루와서 말을 못한다고? 별 소리를 다 해쌓네! 그른 소리 말고 얼렁 이루와서 커피나 한 잔하랑께!” “그러면 많이 부끄럽지만 염치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겠습니다.”하고 노인정에 들어가 막 자리를 잡고 앉는 순간 “거기는 아가씨들만 들어가는 곳인데 웬 외간남자가 그라고 있는고? 얼렁 안 나오꺼시여?”하는 소리에 밖..

꼼지락 거리기 202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