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6

"죽는 날까지 정답게사시소!"

“죽는 날까지 정답게 사시소.” 11월이 가까워지면서 시골들녘에 누렇게 황금물결을 이루며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던 벼들은 모두 베어져 시커먼 바닥을 드러낸 채 앞으로 찾아 올 추위를 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감나무 위에서 “깍! 깍! 깍!”시끄럽게 떠들던 까치들은 빨갛게 잘 익은 주먹만큼 큰 홍시 하나를 파먹고 기분이 좋은 듯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선배 한 분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오셨어요? 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 “오늘이 수요일 아침이어서 태레비에 노래 자랑하는 것 좀 보고오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그러면 1등은 누가 하던가요?” “지난주에 1등 했던 사람인데 노..

꼼지락 거리기 2022.01.01

병원 화장실에서

병원 화장실에서 아침 7시 반경 세수를 하려고 광주의 대학병원 병동(病棟) 화장실로 들어서자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얼룩진 바닥을 부지런히 닦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바닥에 무엇이 그렇게 많이 묻었답니까?” “어젯밤 누가 화장실에서 변(便)을 보았는데 변기에 앉지 못하고 바닥에다 본 모양인데 나오면서 그걸 밟았는지 여기저기 묻어 있네요.” “아니 누가 대변을 변기에 앉아 보지 않고 바닥에다 본답니까? 혹시 아주머니 골려주려고 심술부린 것 아닐까요?” “심술부리는 것은 아니고 여기는 밤이면 보호자 없이 환자들만 계시니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화장실에 오시면 링거 줄이라든가 그런 것 때문에 변기에 앉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할 수 없이 바닥에 변을 보는 경우가 있거든요..

꼼지락 거리기 2021.07.10

놓아주는 연습?

놓아주는 연습? 시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천천히 마을회관 앞을 지나가는데“이루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아!”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코로나19 때문에 지금까지 굳게 문이 닫혀있던 마을 노인정이 어느새 할머니들이 모여 깨끗이 청소를 끝내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저는 여자들이 많은 곳에 가면 부끄러워 말을 잘 못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머시 으찬다고? 여자들이 만하문 여루와서 말을 못한다고? 별 소리를 다 해쌓네! 그른 소리 말고 얼렁 이루와서 커피나 한 잔하랑께!” “그러면 많이 부끄럽지만 염치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겠습니다.”하고 노인정에 들어가 막 자리를 잡고 앉는 순간 “거기는 아가씨들만 들어가는 곳인데 웬 외간남자가 그라고 있는고? 얼렁 안 나오꺼시여?”하는 소리에 밖..

꼼지락 거리기 202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