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5

놓아주는 연습?

놓아주는 연습? 시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천천히 마을회관 앞을 지나가는데“이루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아!”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코로나19 때문에 지금까지 굳게 문이 닫혀있던 마을 노인정이 어느새 할머니들이 모여 깨끗이 청소를 끝내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저는 여자들이 많은 곳에 가면 부끄러워 말을 잘 못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머시 으찬다고? 여자들이 만하문 여루와서 말을 못한다고? 별 소리를 다 해쌓네! 그른 소리 말고 얼렁 이루와서 커피나 한 잔하랑께!” “그러면 많이 부끄럽지만 염치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겠습니다.”하고 노인정에 들어가 막 자리를 잡고 앉는 순간 “거기는 아가씨들만 들어가는 곳인데 웬 외간남자가 그라고 있는고? 얼렁 안 나오꺼시여?”하는 소리에 밖..

꼼지락 거리기 2020.12.12

다이어트 하는 법

다이어트 하는 법 오늘도 변함없이 하늘에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서 여기저기 강렬한 땡볕을 마구 쏟아 붓고 있지만 숲 속의 새들은 무덥지도 않은지 아까부터 계속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하나! 둘! 셋! 넷!’운동(運動)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동생! 오셨는가?”소리에 뒤돌아보니 잘 아는 선배(先輩) 부부(夫婦)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두 분이 함께 오셨어요?” “우리는 같이 오면 안 된가?” “그게 아니고 두 분이 함께 오시니 보기 좋아 그러지요. 근데 오시면서 손은 잡고 오셨어요?” “손을 잡고 왔냐고? 왜 손은 잡고 다니는데?” “그러면 더 정다워 보이고 좋지 않습니까?” “이 사람아! 다 늙어가는 처지에 남사스럽게 젊어서도 안 잡은 손을 인..

꼼지락 거리기 2020.09.12

어버이날에

어버이날에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時間)에 맞춰 식당(食堂)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하며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그 동안 잘들 지내셨는가? 사업은 잘 되고 있고?” 서로의 인부를 물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데 “이제 낼 모레면 어버이날인데 자네는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가?”옆의 친구가 묻는다. “글쎄! 무슨 특별한 계획은 없고 그날 낮에 모임이 있어 저녁에 장모님 모시고 식사하기로 했네!” “그럼 자네 부모님은 돌아가신지 오래되었는가?” “아버지는 내가 열일곱 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돌아가신지 십 오륙년쯤 된 것 같은데 그건 왜 묻는가?” “아니 어버이날이 돌아오니 왜 그런지 서글픈 생각이 들어서 그러네.” “왜 서글픈 생각이 드는데?” “..

꼼지락 거리기 2020.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