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4

수술해도 아픈 다리

수술해도 아픈 다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벚나무를 마구 흔들어 몇 장 남아있지 않은 꽃잎을 모조리 떨구고 나자 하얀 제비꽃 수줍은 듯 피어나 웃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나비 한 마리 제비꽃 가까이에 서성이더니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나비야! 예쁜 제비꽃 아가씨가 아까부터 너를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하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잘 아는 형님 한분과 후배 아들 결혼식 피로연을 다녀오다 마을 형수(兄嫂)님을 만났다.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세요?” “오늘 우리 밭에 트랙타로 로타리를 친다 그래서 거그 잔 가볼라고요.” “그러고 보니 벌써 농사철이 시작되었네요.” “그랑께요. 봄이 오면 여그저그 꽃이 피고 그랑께 이삐기는 한디 농사짓는 사람들은 또 논..

꼼지락 거리기 2021.06.12

"그냥 살게 해 줍시다."

“그냥 살게 해 줍시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친 후 산을 내려오면서 후배에게“오늘 높은 집 선배님 혹시 무슨 일이 있다 그러던가? 왜 안 나오셨을까?”묻자 “오전에는 밭에 퇴비 뿌리고 트랙터로 로터리 친 다음, 오후에는 관리기로 고추 심을 곳 고랑치고 비닐 덮는다고 그러데요.” “그래! 아직 고추 심을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서둘러서 일을 하실까?” “기왕에 해야 하는 일이니 남들보다 일찍 끝내려고 그러는 것 아닐까요? 하여튼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긴 자네나 나나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니 무엇을 알겠는가? 그런데 요즘 날씨가 한낮에는 조금 덥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에는 서리 내릴 때도 있고 그래서 아직은 작물 심을 때는 아닌 것 같거든.”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와 건너..

꼼지락 거리기 2021.05.29

고추와 탄저병

고추와 탄저병 오늘은 마을의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참석한 다음, 선배 한 분과 함께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길 옆 넓은 밭에 굵직굵직하고 커다란 고추들이 빨갛게 잘 익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형님! 금년에는 고추농사가 괜찮아보이나요? 여기서 보면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요.” “그런가? 그런데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은 다르거든, 어디 한번 가까이 가보세!”하고 고추밭으로 다가서자 빨갛게 잘 익어가는 고추가 있는가 하면 말라비틀어진 것들과 빨갛게 잘 익어가다 병이 들었는지 그대로 썩어가는 것도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본 선배께서 “저게 모두 탄저병 때문인데 이 사람이 농사를 잘 지은 줄 알았더니 엉망일세! 밭을 왜 이래 놨을까?”하며 안타까운 표정이다. “약을 제때에 뿌리지 않..

꼼지락 거리기 2020.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