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막걸리의 추억

큰가방 2016. 7. 10. 09:48

막걸리의 추억

 

6월로 접어들자마자 섭씨 30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로 변하면서 하늘의 태양은 따가운 햇볕을 사정없이 쏟아 붓는데

집 뒤쪽 숲속의 새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찌르르 찌르르’ ‘짹 짹 짹 짹화음(和音)도 맞지 않은 노래를 계속해서 시끄럽게 불러대고 있었다.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 뒤쪽 구마산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는데 잘 아는 선배께서 이앙기를 이용하여 논에 모를 심으며 활짝 웃는 얼굴로어야~ 동생! 오늘 우리 모 심근단 마시! 술 한 잔 하고 가소!”하자 옆에 계신 선배의 부인께서

 

우메! 우리 삼춘이 오랜만에 보이네! 얼렁 이루와 술 한 잔하고가~ 여그 삼춘이 좋아하는 씨연한 막걸리도 있어!”하며 붙잡는다.

오늘은 날씨도 굉장히 무더운데 수고가 많으시네요. 그런데 저는 술은 마시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하지요?” “왜 술을 못 묵어?

 

전에는 잘 묵어놓고! 그라고 막걸리도 있단께! 금방 받어 가꼬와서 참말로 씨연해!” “저는 마시고 싶은데

병원의 의사선생님께서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된다고 하네요!” “우메! 그래 잉~ 그라문 으짜까 써운해서!”하시는

 

선배부부를 뒤로하고 농로 길을 천천히 걷는데 문득 아주 오래 전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1970년대 중반 집배원 발령을 받은 나는 견습(見習)을 받으러 빨간 자전거를 타고 선배(先輩)의 뒤를 열심히 따라다니며

 

마을 이름이나 매일 우편물을 배달해야하는 집을 알아두어야 했는데, 앞장선 선배께서는 쉴 새 없이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나를 데리고 다니며

저 쪽 집은 신문을 보고 있어 매일 가야 할 집이니 잘 기억하게! 저쪽 집은 예쁜 아가씨가 있어 날마다 편지가 오니까 잊지 말고!”하는데

 

무더운 날씨에 선배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이 무척 힘들었던 나는 얼마가지 못하고 기진맥진하여죄송하지만 잠시 쉬어가면 안 될까요?”

하였더니 그러면 저쪽 가게로 가서 쉬어가세!”하여 가게 앞 그늘에서 음료수를 한 잔 마시며 쉬고 있는데 마침 논에서 일을 하고 오신

 

영감님 한분이 주인에게아까 내 술 으디가 있소?”묻자. “여깃네!”하고 2리터들이 유리병 절반쯤 담겨있는 막걸리를 내놓자

와따~! 날씨도 징하게 덥구만!”하며 한잔을 따라 시원하게 들이키는데 다른 영감님이 오시더니 내 막걸리 주씨요!”하자

 

역시 주인께서 여깃네!”하며 병에 담긴 막걸리를 내놓자아니 아까 내가 한 잔뿐이 안 묵었는디 으째 이라고 째깐 뿐이 안남어 갖고 있어?”

그라문 내가 그것을 묵었으꺼인가?”하고 실랑이를 벌인다. 그래서 선배님께 왜 저렇게 싸운답니까?” “여기는 막걸리를 한 병 사면

 

한잔마시고 뚜껑을 닫아 보관해놓고, 저렇게 논이나 밭에서 일하다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와서 한 잔씩 마시고 가곤하는데, 이따금

주인 몰래 남의 술을 따라 마시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야! 그러면 저렇게 다툼이 생긴다네!”하는 선배의 말을 듣고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마룻바닥에 이름이 적혀있는 십여 개쯤 되는 2리터들이 유리병들이 나란히 서서 양()은 모두 다르지만 막걸리가 담겨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냉장고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들은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하다 갈증이 나거나 배가 고프면

 

가게 안 그늘에 놓아둔 (시원한?)막걸리 한잔씩 마시며 갈증과 허기를 달래곤 하셨는데, 오늘따라 왜 그때의 일이 생각나는지,

이제는 농부들이 들에서 일을 하다 마시던 농주(農酒)라 불리던 막걸리는 별로 인기(人氣)가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 시절 그때가 그립다.


"어린이 여러분 소화기는 이렇게 사용하세요! 잘 아셨지요?"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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