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투자(投資)에 대하여

큰가방 2016. 7. 3. 14:18

투자(投資)에 대하여

 

이른 아침 집 뒤 숲에서오로~! 오께옥!”하는 아름다운 새소리에 잠이 깨었다. 언제나 이맘때면 우리 곁에 봄이 왔음을 알리던

휘파람새가 금년에도 잊지 않고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휘파람새의 노래 소리를 들으니 왠지 모르게 오늘 하루가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보성읍 북문 버스정류장에서 지인(知人)을 보내고 선배님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건강하셨어요?”

나야 건강하지! 그런데 자네는 어떤가?” “저도 건강한 편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일세!

 

그런데 퇴직하고 집에서 지내려면 심심하지 않던가?” “글쎄요. 아직까지는 심심한 줄 모르고 있어요.” “집에서 무엇하고 있는데?”

무엇을 한다기 보다는 괜스레 집안 여기저기를 들썩거려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하다보면 금방 하루가 가던데요.”

 

자네 집은 단독주택이라 그렇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시간이 잘 가질 않는다고 야단이던데!”

그것은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겠지요. 그런데 형님 퇴직금(退職金)은 어떻게 하셨어요?”

 

퇴직금은 받지 않고 그냥 연금으로 모두 돌렸어! 그리고 수당을 조금 받기는 했는데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

우체국(郵遞局)에 예금해두었는데 그건 왜 묻는가?” “아니요! 저의 친구는 퇴직금 받으면 투자하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해서요.”

 

그러면 자네에게도 퇴직금 투자하라고 전화가 왔던가?” “저는 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어요.” “그랬어! 그랬다면 아주 다행일세!

내가 아는 선배 한사람은 공무원 생활하다 퇴직했는데 나중에는 집 한 칸도 없이 남의 집 문간방에서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쓸쓸히 돌아가신 분도 있어!” “아니 어떻게 하다 그렇게 돌아가셨는데요?” “그러니까 그때가 IMF가 터지기 전인데

선배가 퇴직할 때가 되자 큰아들이제가 사업을 하려는데 자본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아버님 퇴직금을 저에게 주시면

 

제가 매달 나올 연금(年金)만큼의 돈을 생활비로 통장에 넣어드리겠습니다.’해서 살고 있는 집까지 팔아 돈을 해주고

남의 집 문간방으로 옮겼는데 처음에는 생활비를 통장에 잘 넣어주어 불편 없이 잘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IMF가 터진 거야.”

 

하필 그 무렵이었다면 힘들었겠는데요.” “그러게 말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그때는 웬만히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회사는 살아남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결국은 부도(不渡)가 나고 말았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매달 생활비를 넣어주는 것도 힘들었겠는데요.”

 

그러게 말일세! 그래서 근근이 지내다 어느 날 형수님께서 큰아들 집을 찾아갔던 모양이야!” “왜 찾아가셨는데요?”

아들집이니 궁금하기도 해서 찾아가셨겠지! 그런데 손자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할머니! 우리 집에 돈 받으러 왔어?’하고 묻더라는 거야!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형수는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반신불수가 되어 결국은 돌아가시고 말았어!”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요? IMF가 여러 사람 힘들게 하였네요.” “그러게 말일세! 그리고 선배도 남의 집 문간방에서

 

누가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쓸쓸히 지내다 나중에는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

그러게 말일세! 그 선배도 처음에 큰아들이 부도 날것을 알았다면 퇴직금을 주었겠는가? 아예 회사를 차리지도 못하게 했을 거야!”

 

그러니까요.” “그러니 자식에게 투자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투자를 하던 잘 알아보고 여러 번 생각하고 또 가족끼리도 잘 상의해서 해야 할 것 같아!”


"우리 외솔년디 나랑 같이 있음서 이삔 짓거리를 을마나 마니 하든지 내가 앓든 우울증이 읍서져 불드란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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