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농약의 허와 실

큰가방 2020. 5. 29. 17:54

농약의 허와 실

 

관주산에서 선배 두 분과 천천히 내려오는데 “저쪽에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네!”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얼른 보기에도 3~40년은 되었을 것 같은 커다란 소나무의 잎이 모두 말라 죽은 것처럼 보였다. “왜 죽었을까요?

 

나무가 저 정도 되려면 꽤 오래 키워야 할 텐데 아깝네요.” “그러게 말이야! 혹시 누가 제초제(除草劑) 뿌려 놓은 건 아닐까?”

“누가 나무와 원수가 져서 여기까지 와서 그걸 뿌리겠어요?”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옛날에는 농약(農藥)을

 

잘못 뿌려 혼난 사람들이 많았어.” “정말 그랬어요?” “우리 건너 마을 박(朴)씨라고 자네 아는가?” “차(車) 가지고 다니며

장사하는 분 말씀이지요?” “그렇지! 그런데 그 사람이 원래 장사를 했던 게 아니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거든.”

 

“그런데 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어느 해 여름 박 씨의 부인께서 논에 도열병 약을 한다는 게 잘못해서

제초제를 뿌렸던 모양이더라고.” “그러면 큰 소동이 벌어졌겠는데요.” “물론 그랬지! 그런데 또 문제는 자신의 논에만 뿌린 게 아니고

 

자신이 벌고 있는 남의 논까지 뿌렸으니 그야말로 난리가 난거야!”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결국 박 씨 부인(婦人)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 “그럼 다시 돌아오셨나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거야.”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요?”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기다리다 지친 박 씨가 직접 부인을 찾으러 나선거야.” “그런데 찾으러 나선다면 무슨 방법이 있어야

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운전면허를 따고 조그만 화물차를 구입하여 병아리를 싣고 다니며 팔면서 부인을 찾아

 

전국을 돌았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찾았다고 하던가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고.”

“정말 안타깝네요.”이야기를 나누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배께서 “나도 농약 한 번 잘못 뿌려 혼이 난적 있네!”하고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혼이 나셨는데요?” “지금이야 벼 종자들이 병충해에 굉장히 강해서 일 년에 약을 안 뿌려도 끄떡없고

또 뿌려도 한두 번 정도면 끝나지만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벼농사를 지으려면 7~8번씩 뿌려야 했거든.” “옛날에는 그랬지요.

 

특히 벼의 잎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도열병이 굉장히 심했고, 또 굉장히 독해서 멀리서도 농약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것 같더라고요.”

“자네는 어떻게 그걸 아네! 그런데 어느 해 초가을 고추를 한참 수확할 때인데 첫물 따내고 두 물을 따내고 나니 얼른 고추가

 

빨갛게 안 익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이걸 빨리 익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마루 밑에 보니

벼 문고병약과 이화명나방약이 보여서 저걸 뿌리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뿌리셨어요?” “뿌렸지! 그런데

 

한 2시간 정도 지나니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거야.”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고추와 잎이 한꺼번에 우수수 마치

가을에 서리 맞은 낙엽 쏟아지듯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서너 시간 지나니 뼈대만 남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무엇을 어떻게 하겠는가? 방법이 없는데! 그래서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가슴이‘쿵쾅! 쿵쾅!’방망이질 하면서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더라고.” “그렇다면 큰 실수를 하신 셈이네요.” “그렇지! 그리고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던 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때 고추가 익는 걸 기다렸으면 상당히 많은 량(量)을 수확했을 텐데

괜한 짓을 해서 손해를 많이 보고나니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는 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

 

올해도 변함없이 패랭이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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