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씨가 되는 말

큰가방 2021. 12. 25. 13:37

씨가 되는 말

 

 

10월의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푸른 하늘은 더욱 높아져가고, 흰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멀리 흘러가는데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몇 마리,

머리가 무거워 깊이 고개 숙인 누런 벼 위를 천천히 날아다니며여기는 내 구역이다!’라는 듯 시위를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벼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 듯 바람결에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누구네 집 밭을 지나는데 배추 몇 포기가 썩어버린 듯

뽑혀 버려져있었다. 그래서 선배에게형님! 금년에는 왜 그런지 배추들이 썩은 게 많은 것 같아요.”하였더니 금메! 금년에는 이상하게

 

그런 거시 많다 그라네!”하자 옆의 후배가 그래서 내가 원예사(園藝師)에 가서 물어 봤거든요. 그랬드니 배추 썩는 이유가 여러 가지라서

우추고 설명하기가 그란다 글드만요.” “그래도 구체적으로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그랑께 그거시 붕소 비료를 작게 써도 그란 수가 있고,

 

또 뿌리혹 병이 있어도 썩기도 하고, 날씨가 너머 더와도 안 조을 수가 있다 글드만요. 그란디 금년에는 먼 병이 이라고 만한고 꺽정이랑께요.”

그래도 어쩔 것인가? 작으면 작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그걸로 만족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란디 요새 썩어나가는 것을 보문

 

이라다가 잘못하문 짐장도 못하것다!’그른 생각이 들드랑께요.” “아무리 그런다고 김장조차 못하겠는가? 괜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게!

그리고 말이 씨가 되는 것이니 항상 말을 조심해서 하시게!” “설마배추 썩어 짐장 못한다!’고 했다고 그렇게 되리라고요.”

 

근디 이상하게 농담으로 한 말이 참말이 되야 갖고 그라고 되야 부는 경우도 많드란 마시.” “참말로 그라께라?” “옛날에 우리 동네 후배가

술을 아주 조아하드란 마시.” “술을 좋아하는 후배라고요? 그 사람이 누군데요?” “그 식구들은 딴디로 이사 가부러서 동생은 잘 모르꺼이시,

 

그란디 어느 날부턴가 술을 딱 끈어 불드라고.” “왜 끊었을까요?” “글쎄! 이유는 몰것서도 어찌되았든 술을 끈어서 자네 왜 그 좋아한 것을 끈었는가?’

물었드니 그냥 끈었어요. 그란디 끈어분께 참말로 조크만이라! 기왕에 끈어분거 밥까지 끈어부까 으차까 그라요!’글드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아무리 끈는 거시 조아도 밥은 끈어불문 안 되는 것이니 그것 끈는단 소리는 하지 말소! 했드니그것 잔 끈는다고

별일이야 있것서요?’글드라고 그래서 이사람아! 다른 것은 몰라도 밥을 끈어불문 우추고 사람이 산단가? 그랑께 농담이라도 그른 소리는 말소!’

 

하고 헤어졌거든.” “그러면 그 뒤로 다른 말은 없었고요?” “그란디 며칠 뒤에 또 그 동상을 만났는디 또 글드란마시.” “뭐라고 했는데요?”

먼자 같이기왕에 끈어분거 밥까지 끈어부까 으차까 그라요.’그란디 영 듣기가 실드란 마시! 그란디 을마 안되야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어!”

 

정말요?” “글쎄 그랬다니까! 그러니까 정말 밥을 끈어버린 셈이지 안 그런가? 그리고 우리 친구 아무개는 누가 아프네!’그라문

머슬 우추고 하문 사람이 다 아프다요? 나는 생전 아픈 적이 읍응께 나도 째깐 아퍼보면 좋것드랑께!’했다 그란디 그거시 아픈 사람 입장에서

 

들어보문 을마나 듣기 실컷는가?” “그러니까요. 누가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이 있겠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아프기 시작한거야!”

어디가 아팠는데요?” “무슨 급성암(急性癌)이라고 했는데 하여튼 판정 받은지 얼마되지 않아 그냥 가더라고! 그리고 그것을 보니 얼마나 허망하던지,

 

그래서말이 씨가 되는 것이니 항상 말조심해야겠다!’하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

 

관주산 숲속의 애기동백 꽃이 수줍은듯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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