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육촌 형님의 부음

큰가방 2022. 2. 19. 15:31

육촌 형님의 부음(訃音)

 

강한 눈보라와 함께 찾아온 추위는 며칠 동안 계속 주위를 맴돌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포근한 날씨로 변하면서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듯

시골 들녘 농로길 양지바른 곳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밥풀처럼 조그만 잉크 색 꽃들이 무수히 피어나고 있었다.

 

집에서 마당 청소를 하려고 다소 헐렁해져 빙빙 돌아가는 대 빗자루를 철사로 감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 형님 접니다.”

잘 지내고 있냐? 집안에 별일 없고?”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어떠세요?” “나도 잘 있다. 그런데 동물병원 하시던

 

광주(光州)형님이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다.” “그랬어요. 장례식장은 어디라고 하던가요?” “광주 학동에 있는 장례식장 알지?”

! 알고 있지요.” “그럼 거기서 만나자!”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부랴부랴 장례식장으로 향하였는데 안으로 들어서자.

 

6(六寸)형님과 형수님들께서 맞아주신다. “동생 어서와! 지금 입관(入棺)한다고 아래층에 모두 내려가 있거든,

그러니 영정에 인사만 드리면 되겠네!”하여 절을 하고 일어서니 그새 입관이 끝났는지 형수님이 다가오시며 시아재 오셨소?

 

그란디 암( )수술을 받었담서요? 몸은 으짜시요?”묻는데 그동안 병간호하느라 지쳤는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몸이 몹시 수척해 보였다.

이제는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형님은 작년에 저랑 병원에서 만났을 때 그 뒤로도 계속 몸이 안 좋으셨어요?”

 

시아제랑 만난 뒤로 쪼금이라도 좋아 질지 알았는디 안 그라고 더 나뻐지기만 하드란 말이요.” “그때도 저를 얼른 못 알아보셨는데

그러면 일 년 사이에 굉장히 많이 나빠지셨나 보네요.” “그래서 그 뒤로는 병원에도 못 댕기고 집이서 간병을 한디 물 좀 줘! ~!’했다가

 

얼렁 안 갖다 주문 물 좀 주랑께 무~!’해서 갖다가 수제로 떠믹에 주문 그것 샘킬 심도 읍는가 으짠가~!’하고

도로 품어 불드란 말이요.”하며 눈시울을 붉히신다.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위로를 건네자 손님이 오셨다.’

 

분향소(焚香所)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옆에 계신 육촌 형님께서. “그나저나 자네 오랜만일세! 그런데 자네 직장에서 정년퇴직했다면서

그럼 무엇하고 지내는가?” “그냥 놀고 있어요! 친구가 운영하는 주유소에서집에서 심심한데 무엇하고 있냐?’면서

 

나와서 용돈도 벌고 시간도 보내라!’며 오라고는 하는데 지금까지 벌었는데 더 벌어서 무엇 하나 싶더라고요.”

그러면 집에서 지내려면 심심하지 않던가?” “심심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서 많이는 아니더라도 힘들지 않게 집 안 일도 좀 하고,

 

운동도 하고, 또 글도 쓰고 하니까 시간은 잘 가던데요. 그런데 형님은 퇴직하고 무엇하고 지내세요?” “나는 농업기술센터를 근무한 덕에

농사철이면 농협(農協)에서 농민들에게농약에 대하여 상담을 좀 해 달라!’고 해서 알바식으로 근무하면서 농사도 짓고 있어!”하시는데

 

서울에서 살고 있는 형님들이 늦게 출발했다면서 들어오신다. “형님들 오랜만입니다.” “! 동생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고?”

하시는데 형님 두 분이 눈에 보이지 않아 ! 이상하다? 왜 그 형님들이 보이지 않지? 이런 자리에는 빠지실 분들이 아닌데!’하다

 

! 그분들은 돌아가셨지 내가 왜 이렇게 정신이 없지!’하며 생각해 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집안 조카들의 결혼식이 있거나

당숙, 당숙모가 돌아가시면 형제들이 모이곤 했는데 이제는 형님들이 돌아가신 자리에서 이렇게 만나고 있으니 우리가 벌써 나이가 들었음일까?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밀려오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지난 2021년 11월 24일 촬영한 제주 한라산 설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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