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예기치 못한 사고

큰가방 2022. 3. 26. 14:48

예기치 못한 사고

 

어제 밤을 지배했던 어둠을 야금야금 먹어치운 동녘의 밝고 고운 햇살은 이제 서야 퇴근 준비를 서두르는 달님을 붙잡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숲속 길 한쪽 웅덩이에 모여 있는 낙엽들은 아까부터 계속바스락!’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다

 

너희들 이제 어디로 갈 거냐?’묻자 벌떡 일어나더니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는데

마을 형수님께서 엊그제 제암산에서 내려오다 길이 미끄러서 혼났단 말이요!”하고 입을 열었다. “길이 어떻게 미끄럽던가요?”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낙엽들이 두껍게 쌓여있으니까 이것이 길인지 구덩이인지 잘 모르겠고, 또 바닥에 자갈이 깔려있는

곳에 낙엽이 쌓여있으니 거기를 지나면서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 넘어지게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나랑 같이 갔던 친구는 세 번이나 넘어졌거든요.”

 

그럼 다치지는 않았나요?” “낙엽들이 많이 쌓여있으니까 푹신푹신해서 인지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상당히 위험하더라고요.”

원래 산행(山行)은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항시 위험하니까 긴장을 늦추면 안 되거든요. 저도 작년에 일림산에서 내려오다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이상하게 무릎 쪽에서!’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얼마나 아프든지 일어설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면 어떻게 하셨어요?” “저와 동행했던 선배님과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주사 맞고 약 먹으면 괜찮아 질 거야!’

 

한지 벌써 일 년이 지났어도 완전히 다 나은 것은 아니거든요. 하여튼 산에서는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니까 항시

긴장해야 되겠더라고요.”하자 옆의 선배께서 산에서 뿐만이 아니고 집에서도 항상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거든.” “그러면 혹시 집에서 무슨 사고가 생겼나요?” “자네 형수가 지난 가을에 도토리를 주워왔는데 그걸 깨끗이 씻어

말린 다음 2리터들이 페트병에 담아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에 놔두었는데 그냥 잊어버렸던 모양이야, 그런데 엊그제 그게 생각이 나서

 

다른 곳에 옮겨 놓으려고 치켜드는 순간 갑자기!’하고 폭발했다네!” “도토리가 들어있는 페트병이 폭발했다고요?” “글쎄 그랬다니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거든, 도토리에서 유해 가스가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왜 폭발했을까?” “혹시 도토리가

덜 마른 상태에서 페트병에 담아 양지쪽에 놓아두니 뜨거운 햇볕을 받아 가스가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도토리에서

 

가스가 발생했다는 말은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거든.” 하자 옆의 형수께서 우리 친정 동네서는 회관에서 노인들 저녁 식사 대접하려고

음식을 장만했는데 옆집에 사는 올해 90세가 넘은 할머니가 안 오셔서 모시러 갔는데율리떡! 얼렁 회관으로 오시랑께 멋하고 있소?

 

지금 동네사람들이 다 지달리고 있는디하자 방에서! 알았어!’하고 방문이 열리더니 할머니가 엉금엉금 기어서 마루로 나오더니

토방으로 내려오다 넘어졌는데 못 일어나 119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는데 다리가 부러졌다고 그러데요.” “원래 시골집은 토방하고

 

마루가 높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서 넘어지셨으면 크게 다치셨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요. 그래서 빨리는

집으로 돌아오실 수 없을 것 같고 잘못하면 요양원에서 돌아가실 수 있다.’고 했다 네요.” “정말 안타깝네요.

 

그런데 겨울철에는 눈이 오는데 그러면 노인들이 힘이 드니까 그걸 치우지 않고 놔두면 그게 얼어붙어 거기에 미끄러져 많이

다치기도 하거든. 하여튼 산에서 뿐이 아니고 집에서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항상 조심해야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살며시 찾아왔는지 물오리 나무에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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