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고라니와 사냥개

큰가방 2022. 5. 20. 18:13

고라니와 사냥개

 

올 겨울 들어 단 한 번도 비가 내린 적이 없어 너무나 가물었던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그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꿀 같은 단비가

말라버린 대지를 촉촉이 적시더니 잠시 구름 사이로 밝은 햇살이 반짝이자, 하얀, 분홍, 매실 꽃들이 수줍게 피어나 꿀벌들을 불러 모으자,

 

시샘이라도 하듯 새들이 큰 목소리로 동네가 떠나갈 듯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 ! !”

구령에 맞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선배 한분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 “오늘이 수요일이라서 KBS 도전 꿈의 무대를 시청하다보니 조금 늦었네.”

그럼 누가 우승하던가요?” “노래는 다 잘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저 지난주와 지난주까지 우승했던 아가씬데 이번 주까지 우승했으니

 

이제 2승만 남은 셈인데 정말 노래를!’소리 나게 잘 부르데! 그나저나 우리나라에 실력 있는 가수 지망생들이

정말 엄청나게 많은 것 같더라고.” “그렇지요! 그런데 그렇게 아까운 인재들이 모두다 인기가수로 성장하면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으니 안타깝더라고요.”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마치 염소가 사납게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형님 저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요?” 묻자 저 소리는 고라니가 짝 찾는 소리 같은데. 저 애들이 평소에는

 

소리도 없이 숲을 돌아다니는데 매년 봄이 되면 짝을 찾으려고 저렇게 소리를 지르거든.” “그래요? 그런데 저렇게 소리를 지르면

자신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것이 될 텐데 포식자들에게 위험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사냥철이 아니어서 사냥꾼들의 위협이 없으니

 

괜찮겠지만 들개들이 또 고라니들을 노리고 있더라고.” “들개들이 저애들을 노린다고요?” “글쎄 그렇다니까!”

아니 그건 또 어떻게 아세요?” “그러니까 내가 작년에 저쪽 구마산에 간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산 아래서 위쪽으로 부지런히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내 옆을!’하고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있어 쳐다보니 중 개() 정도 크기의 고라니 한 마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상 쪽으로 사정없이 달려가는 거야. 그런데 잠시 뒤에 거의 사냥개 정도 크기의 큰 개 두 마리가

 

그 뒤를 쫓고 있는데 숨을 헐떡거리는 것을 보니 상당히 지친 것처럼 보이더라고. 그리고 잠시 뒤 하얀 개 한 마리가 쫓는다기보다

뒤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개들이 평소에는 마을 뒤편 양지쪽에 사는 들개처럼 보이더라고.”

 

그러면 개들이 고라니를 잡았을까요?” “아니 그러지는 못한 것 같아. 왜냐하면 내가 산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천천히 내려가는데

이번에도 개들에게 쫓기던 고라니가 내 옆을 스치듯 빠르게 지나가는데 잠시 후 쫓아오던 개들이 나를 보고 멈칫하고

 

잠시 서더니 길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다시 쫓더라고, 그런데 잠시 멈춘 순간하고 다시 길을 찾아 뒤를 쫓았으니 그 순간 고라니는

멀리 가버렸겠지. 안 그렇겠는가?”이야기가 끝나자 옆에서 운동을 하던 선배께서 옛날 그러니까 한 20여 년 전 우리 동생이

 

화물차 운전할 때인데 어느 날 죽은 산짐승을 한 마리 집으로 가져왔어. 그래서 그게 무엇이냐?’ 물었더니

차에 치인 고라니!’라며 그걸 닦달하는데 가죽에 뜨거운 물을 부었더니 진드기 수 백 마리가 떼를 지어 기어 나오는 바람에

 

징그러워서 결국 먹는 걸 포기하고 사체를 땅에 묻고 말았는데 어떻게 고라니는 징그러운 진드기를 몸에 달고 다녔을까?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으면서 불쌍하게 느껴지고 아무리 공짜라도 산짐승을 결코 좋아해서는 안 되겠더라고.”

 


오늘도 부지런한 농부들은 시골 들녘에 모를 심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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