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윷놀이 전문가가 되는 법

큰가방 2022. 5. 7. 14:05

윷놀이 전문가가 되는 법

 

엊그제 강한 눈보라와 함께 찾아온 동장군은 계속 여기저기 쉴 새 없이 싸돌아다니며 하얀 눈을 사정없이 쏟아 붓는가 싶더니 살며시

자취를 감추고, 오늘은 마치 봄이 찾아온 듯 맑고 푸른 하늘에서 내리는 잔잔한 햇살은 가끔씩 불어오는 찬바람만 아니면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온 줄 착각하기 좋은 포근한 날씨로 변해있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옛날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후배를 만났다. “동생 오랜만일세!” “아이고!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지요? 몸은 건강하시고요?”

 

내 생각으로는 건강한 것 같은데 자꾸 몸 여기저기 탈이 나서 걱정일세!” “무슨 탈이 나는데요?” “퇴직 후 운동한다며

자주 산행(山行)을 하다 보니 무릎 쪽에 탈이 났는지 아플 때가 있거든, 그래서 약을 먹다보니 아침이면 먹는 약()

 

서너 알쯤 되더라고. 그런데 동생은 요즘 무엇하고 지내시는가?” “저는 그냥 집에서 농사짓고 있어요.”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집안은 다 무고하시고?” “아직까지는 특별히 아픈 데는 없는데 이따금 제가 사고를 쳐서 그렇지 집안에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이따금 사고를 치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형님도 아시다시피제 버릇 개 못준다!’고 제가 윷놀이를 좋아하는데

아무리 연구를 하고 또 해도 한두 번 돈을 따면 잃는 횟수는 훨씬 많거든요.” “그건 옛날에 손을 씻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게 아무리 손을 씻으려 해도 밤에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면 윷짝이 마구 돌아다니며 도 만들고,

도 만들어 내거든요. 그러다보니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고, 그래서 신경안정제 같은 약을 먹기도 하는데 그걸 하고 싶은

 

욕망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니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전문가가 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전문가라면 어떤 전문가를 말하는데?” “한마디로 윷 잘 던지는 기술자가 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그러면 윷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가 물어 보았거든요.” “그래서 무어라고 하던가?”

그런데 윷을 잘 던지는 이른바 꾼이 되려면 알아야 할 게 정말 많더라고요.” “그게 무엇인데?” “첫 번째는 윷 방석을

 

어디에 깔아야하는가? 인데 그게 아스팔트 바닥에 깔았을 때, 또 시멘트 바닥에 깔았을 때, 그냥 흙바닥에 깔았을 때,

또 모래바닥에 깔았을 때, 자갈밭에 갈았을 때 던지는 방법이 다 다르다고 하데요.” “우리는 그냥 아무 곳에나 윷 방석을 깔고

 

윷짝을 던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네.” “그것뿐만 아니라 윷 방석도 물에 젖었을 때와 그냥 마른 바닥일 때

또 오래된 방석과 새 방석 그리고 골이 깊은 것과 다 닳아버린 방석에 따라 또 던지는 방법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그것만 잘 알면 전문가가 되는 것일까?” “한 가지가 더 있어요.” “한 가지가 더 있다고 그게 무엇인데?”

윷짝이 어떤 윷짝이냐? 에 따라 던지는 방법이 또 다르다고 하데요.” “윷짝에 따라 던지는 방법이 다르다고?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마른 나무로 윷짝을 만들었을 때와 이제 나무에서 막 베어낸 생나무로 만든 윷짝, 그리고 대추나무와 탱자나무로 만든

윷짝에 따라 던지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연구를 많이 해야 하겠더라고요.” “그럼 연구는 많이 해 봤던가?”

 

그게 제가 농사를 짓다보니 짬을 내서 연구한다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면 아직까지 연구를 안 해봤다니

그건 집어치우고 차라리 그 시간에 농사나 잘 지으려고 연구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금년에 새로 자라난 녹차 잎입니다. (2022년 4월 30일 전남 보성 관주산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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