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내가 산에 다니는 이유

큰가방 2022. 8. 13. 13:46

내가 산에 다니는 이유

 

동생! 오늘 혹시 무슨 계획 있는가? 없으면 나하고 무등산에 다녀오면 어떻겠는가?” “그러면 좋지요.” “그러면 조금 있다

9시에 자네집 앞으로 갈 테니 준비하고 나오시게!” “! 잘 알았습니다.”해서 오늘은 무등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선배님과 내가 무등산 주차장에서 새인봉 쪽을 향하여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마침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와 함께 산을 오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굉장히 흐뭇한 마음이었다. 선배님과 나는 무등산 중머리재를 지나

 

토끼등 쪽으로 하산을 하려고 방향을 돌리는 순간 뒤를 따라오는 여자등산객이 있어 먼저 가세요.”하고 길을 비키자

앞장을 서는 듯 하더니 뒤를 돌아보고 지금 어느 쪽으로 가실 거 에요?” 물었다. “토끼등이나 그렇지 않으면

 

바람재 쪽으로 가서 하산하려고요.” “그럼 저도 같이 따라가도 될까요?” “일행이 없으신가요?” “저는 일행 없이 혼자 다녀요.”

그러세요. 그러면 함께 가시게요. 그런데 왜 일행도 없이 산을 혼자 다니시나요?”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우리 회원들이 72명이었어요. 그리고 그때만 해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전국에 있는 명산(名山)이란 명산을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누비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선생님들은 어디서 오셨어요?” “저희들은 녹차의 고장 보성에서 왔습니다.”

 

보성이라면 일림산과 오봉산 그리고 초암산이 있지요? 저도 다녀왔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회원들이 이사를 가고, 아프고.

또 죽은 사람도 있고 한사람 두 사람 빠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는 다섯 명만 남게 되더라고요.” “그럼 그분들과 같이 오시지 그러셨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들은 산 밑까지는 오는데 조금 걸으면 아이고! 더 이상은 못 가겠다! 그냥 나는 안 갈란다.’하고

포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금년에 연세는 어떻게 되세요? 제가 보기에는 80살은 넘어 보이는데요.” “숙녀 나이는 뭐 하러 물어요.

 

그냥 예쁜 숙녀가 있는가보다 하시지.”하고 빙그레 웃더니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을 아득타 기약이 없네~”하고

동심초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혹시 젊었을 때 음악 선생님을 하셨나요? 목소리가 굉장히 고우시네요.

 

그리고 소녀(少女)적 감성도 풍부하신 것 같고요.” “제가 음악 선생님을 한 것은 아니고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른 적은 있는데

제 나이 80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거든요.” “그러면 산에는 영감님과 함께 오시지 그러셨어요?”

 

그런데 영감하고 함께 오려면 챙길 것도 많고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혼자 다니는데 이렇게 바람재 쪽으로 가려면

조금 으슥한 곳도 있어 여자 혼자 가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함께 하니 정말 좋네요.”하더니 또다시

 

그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 사랑으로 눈 먼 가슴은 진실 하나에 울지요.”하며사랑이 미로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노래가 끝난 후제가 혼자 이렇게 산에 다니는 이유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아직까지 자식들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고 또 며느리들에게도 전생에 우리는 아름다운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너희들 같은 천사 같은 사람들이 내 며느리로 온 것 같구나 항상 고맙고 또 고맙다.’하니까 고부간의 갈등도 없어요.

 

그리고 제가 노래는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또 못 부르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산에서 혼자 부르다보면

스트레스가 자연히 사라지는데요. 그래서 항상 산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매일 계속 쏟아지는 뜨거운 폭염 때문인지 오이의 머리 부분만 노오랗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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