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9

다리에 쥐가 내리면

다리에 쥐가 내리면 관주산 정상에 올라서니 마을 형님께서 “어서와! 오늘은 나보다 늦었네!”하며 반기신다. “오늘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그건 어떻게 아는가?” “다른 때는 항상 저 보다 늦게 오셨는데 빨리 오셔서요.” “그런가?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조금 빨리 왔다 내려가서 고추밭에 미생물(微生物)을 뿌리려고 평소보다 약 30분 정도 빨리 왔네.” “그럼 미생물은 어디서 사다 놓으셨나요?” “어디서 파는 것은 아니고 그걸 배양(培養)해서 농가에 무료로 보급하는 곳이 있거든. 거기서 가져다 놓고 어제 뿌리려고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뿌릴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오늘 뿌리려고 그러네.” “그럼 서둘러 내려가셔야 되겠는데요.” “너무 서두를 것까지는 없고 그래도 운동..

꼼지락 거리기 2021.09.18

수술해도 아픈 다리

수술해도 아픈 다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벚나무를 마구 흔들어 몇 장 남아있지 않은 꽃잎을 모조리 떨구고 나자 하얀 제비꽃 수줍은 듯 피어나 웃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나비 한 마리 제비꽃 가까이에 서성이더니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나비야! 예쁜 제비꽃 아가씨가 아까부터 너를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하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잘 아는 형님 한분과 후배 아들 결혼식 피로연을 다녀오다 마을 형수(兄嫂)님을 만났다.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세요?” “오늘 우리 밭에 트랙타로 로타리를 친다 그래서 거그 잔 가볼라고요.” “그러고 보니 벌써 농사철이 시작되었네요.” “그랑께요. 봄이 오면 여그저그 꽃이 피고 그랑께 이삐기는 한디 농사짓는 사람들은 또 논..

꼼지락 거리기 202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