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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동영상 때문에

야한 동영상 때문에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가 지나면서 멀리보이는 산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시골 들녘에는 부지런한 농부들이 모내기 준비에 한창인데, 시골마을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아카시나무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얀 꽃들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채 지나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꽃을 바라 본 순간 아주 오래전, 먹거리가 귀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하얀 꽃을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착지근하면서도 향긋한 아카시향이 입안 가득했는데 그 시절 나와 함께 꽃을 따먹던 친구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순간 “어야~ 동생!”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예~에!” 대답하자 “자네는 먼 생각을 하길래 그라고 불러도 몰르고 있..

꼼지락 거리기 2022.07.16

부모님 산소와 명당자리

부모님 산소와 명당자리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끝나 가려는지 엊그제부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자 누렇게 익어 고개를 푹 숙인 채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던 시골 들녘의 벼들은 부지런한 농부들이 모두 수확을 끝내고, 콤바인이 지나간 논바닥에는 굵게 패인 시커먼 속살이 드러나 있는데, 먹이 찾는 까치 두 마리 무엇이 못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깍! 깍!’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끝내고 내려오는데 엊그제까지도 길 위쪽에서 도로를 내려다보던 누구네 집 산소의 봉분을 굴삭기로 파헤쳐 시신을 이장하였는지 흙이 나란히 골라져 있고 여기저기 바퀴자국만 남아있었다. “형님! 혹시 저쪽 산소 이장하는 것 보셨어요?” “글쎄! 저기는 별 관심도 없는데 언제 이장하였는지 알기나 하겠는가? 그나저나 ..

꼼지락 거리기 2022.01.22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 이른 새벽부터“짹! 짹! 짹!” “까~악! 깍!”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과 까치들이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멋진 노래를 부르자 동녘에 떠오르는 태양의 밝고 부드러운 햇살이 온 누리에 골고루 퍼지면서 여기저기 붉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철쭉 아가씨,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오가는 길손에게 예쁜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하나! 둘! 셋! 넷!’ 운동을 하고 있는데 “형님 오셨어요?”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후배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어서와! 그런데 자네 서울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가?” 묻자 빙그레 웃으며 “사실은 저의 딸 상견례가 있어 다녀왔어요.” “그랬어! 그랬으면 축하할 일인데 결혼식 날은 받았는가?” “9월 달..

꼼지락 거리기 2021.07.03

의지의 한국인?

의지의 한국인? 24절기 중 여섯 번째이며 봄의 마지막 절기라는 곡우(穀雨)가 지나자마자 날씨는 바로 여름으로 달려가고 싶었는지, 매일 섭씨 23-6도가 오르내리며 한낮에는 무더움을 느낄 정도로 변했는데도, 새들은 그저“내가 최고!”라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노래 부르기에 여념이 없는 것처럼 보여“너희들도 혹시 트롯 가수 선발하는 거냐?”물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단골로 다니던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하며 평소에 일하던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고 오늘 처음 보는 젊은 아주머니가“무엇으로 드시겠어요?”물었다. “갈비탕 세 개와 막걸리 한 병 그리고 잔은 두 개만 주시고요.” “알았습니다.”하고 주문이 끝나자 식당 남자 주인이 빙긋이 웃으며 가까이 다가오..

꼼지락 거리기 2021.06.19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 시골마을로 길게 이어진 농로길 옆에 하얀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지나가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던 억새아가씨가 어젯밤 누구와 머리채를 붙잡고 죽기 살기로 싸웠는지, 예쁘고 곱던 머리는 어느새 호호백발 할머니로 변하여 지나가는 고추잠자리를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하는데 심술궂은 바람은 자꾸 아가씨의 머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얼굴을 보겠네요.” “그런가? 누가‘날마다 집에서 놀고 있는 백수(白手)가 과로(過勞)로 쓰러져 죽었다!’고 그러더니 내가 그 짝이 났는지 놀고 있으면서도 여기 ..

꼼지락 거리기 2020.11.28

코로나 19와 제사

코로나19와 제사 어젯밤 살며시 찾아와 날이 새도록 재미있게 놀았던 짙은 어둠들이 새벽이 찾아오자 물러가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를 뿌려 놓았는지, 거미줄 위에 맑고 고운 수정 구슬들이 방울방울 반짝이는데, 새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지 여기저기 모여 시끄럽게 떠들고만 있었다. 오전 9시 관주산을 향하여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앞에서 마을 형수(兄嫂) 두 분이 걷는 것을 보고 “안녕하세요? 추석은 잘 지내셨어요?” 인사를 하자 “덕분에 잘 지냈어요! 그런데 애기들은 왔다 갔어요?”묻는다. “우리는 아무도 안 왔어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오라고나 하겠어요? 그러면 형수님은 누가 왔어요?” “우리 집은 아들은 못 오고 딸만 왔다 갔어요.” “그래도 딸이라도 왔다 갔으니 조금이라도 서운면은 했겠..

꼼지락 거리기 2020.11.21

딸이 더 좋아

딸이 더 좋아 우리 민족의 큰 명절 추석(秋夕)이 지나자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수없이 어디론가 떼 지어 날아가고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시골 들녘에 누렇게 익어 고개를 푹 숙인 벼 위를 한가롭게 비행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수 십 마리의 참새들이 이 논에서 저 논으로‘우~루~루!’몰려다니고 있어‘애들아! 너희들이 그렇게 몰려다니니까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거야!’하였지만 아무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관주산 정상 아래쪽에 설치된 허리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기구에서 ‘하나! 둘! 셋! 넷!’ 운동을 하다 잘 아는 형수(兄嫂)께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추석은 잘 지내셨어요?”인사하자“예! 덕분에 잘 지냈어요. 시아제는 어떻게 명절이랑 잘 지냈어요? 애기들이랑 왔다 가고?” “왔다가긴 했는..

꼼지락 거리기 2020.11.14

얄미운 사람들

얄미운 사람들 길을 가다 잘 아는 선배의 부인을 만났다. “형수님 오랜만이네요. 그 동안 잘 계셨어요?”인사를 하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우메! 참말로 오랜만이네! 동서랑은 잘 있제라?”묻는다.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있어요. 그런데 형님 몸은 좀 어떠세요?” “아직도 그래 갖고 있제 그 병이 하루 이틀 새로 좋아질 것이요?” “그러면 형님은 지금 병원에 입원해 계시나요?” “퇴원해서 집에 있어요.” “그럼 몸이 좋아지신 건가요?” “그것은 아니고 광주 대학 병원으로 계속 다니며 치료를 했는데 약 두 달 전부터 여기 병원으로 인계해 줘서 지금은 여기로 다니고 있어요.” “그러면 매일 다니시나요?” “이틀에 한번 다녀요.” “병원에는 택시로 다니시나요?” “처음에는 택시로 다녔는데 지금은 내가 운전..

꼼지락 거리기 2020.11.08

아들 때문에

아들 때문에 길을 가다 ‘띠로링!’소리에 휴대폰을 열어보니‘현재 광주 전남 지역은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외출을 삼가시고 물을 자주마시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는데 밤이 되면서 뜨거운 열기는 조금씩 사라지고 ‘돌~돌~도~르~르!’밤새 풀벌레 소리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가을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친구 두 명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방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이제 9~10개월쯤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엉금엉금 기어 나오면서 우리를 보고 방긋 웃더니 갑자기 옆에 빠르게 돌아가는 선풍기를 붙잡고 일어서려는 것을 보고 “악아! 그걸 잡으면 위험해!”하며 막 붙잡으려는 순간, 아빠가 번개 같이 나오면서 아기를 안아 올렸다. “..

꼼지락 거리기 2020.10.24

딸의 말 한마디에

딸의 말 한마디에 하늘에서 내리는 햇살은 따갑다 못해 뜨거울 지경인데 피부를 스치며 살랑살랑 지나가는 산들바람은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 부럽지 않은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끼게 하면서 막바지 여름이 한꺼번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마을의 형님, 형수님과 함께 산을 내려오는데 앞서가는 형님 모자사이로 하얀 머리카락이 삐죽이 나와 빙긋이 웃는 것처럼 보였다. “형님 혹시 머리 염색(染色)하실 때 되지 않았나요?”묻자. 고개를 돌리더니 “나는 염색 안 하는데!” “그 말씀이 정말이세요?” “아니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왜 내말을 못 믿어! 나뿐만 아니고 우리 누님들도 모두 그걸 안 하고 살거든.” “아니 어떻게 그렇게 좋은 머리를 가질 수 있답니까?” “그것까지는 내가 잘 모르겠는데 아..

꼼지락 거리기 202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