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8

야한 동영상 때문에

야한 동영상 때문에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가 지나면서 멀리보이는 산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시골 들녘에는 부지런한 농부들이 모내기 준비에 한창인데, 시골마을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아카시나무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얀 꽃들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채 지나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꽃을 바라 본 순간 아주 오래전, 먹거리가 귀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하얀 꽃을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착지근하면서도 향긋한 아카시향이 입안 가득했는데 그 시절 나와 함께 꽃을 따먹던 친구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순간 “어야~ 동생!”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예~에!” 대답하자 “자네는 먼 생각을 하길래 그라고 불러도 몰르고 있..

꼼지락 거리기 2022.07.16

"그냥 살게 해 줍시다."

“그냥 살게 해 줍시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친 후 산을 내려오면서 후배에게“오늘 높은 집 선배님 혹시 무슨 일이 있다 그러던가? 왜 안 나오셨을까?”묻자 “오전에는 밭에 퇴비 뿌리고 트랙터로 로터리 친 다음, 오후에는 관리기로 고추 심을 곳 고랑치고 비닐 덮는다고 그러데요.” “그래! 아직 고추 심을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서둘러서 일을 하실까?” “기왕에 해야 하는 일이니 남들보다 일찍 끝내려고 그러는 것 아닐까요? 하여튼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긴 자네나 나나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니 무엇을 알겠는가? 그런데 요즘 날씨가 한낮에는 조금 덥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에는 서리 내릴 때도 있고 그래서 아직은 작물 심을 때는 아닌 것 같거든.”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와 건너..

꼼지락 거리기 2021.05.29

제일 쓸쓸했던 설날

제일 쓸쓸했던 설날 ‘오늘 밤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리겠으니 도로 결빙으로 인한 미끄럼에 주의하시고 수도 동파 등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아침에 창문을 열자 어젯밤 많은 눈이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얀 은세계로 변해있었다. “내일 모레면‘눈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인데 아직도 동장군(冬將軍)은 우리 곁을 떠나기 싫은 것일까? 이제 그만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체국에서 택배를 하나 보내려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톡! 톡!’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 한분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는 항상 잘 있어! 설을 잘 지내셨는가?” “그럭저..

꼼지락 거리기 2021.03.27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 시골마을로 길게 이어진 농로길 옆에 하얀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지나가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던 억새아가씨가 어젯밤 누구와 머리채를 붙잡고 죽기 살기로 싸웠는지, 예쁘고 곱던 머리는 어느새 호호백발 할머니로 변하여 지나가는 고추잠자리를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하는데 심술궂은 바람은 자꾸 아가씨의 머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얼굴을 보겠네요.” “그런가? 누가‘날마다 집에서 놀고 있는 백수(白手)가 과로(過勞)로 쓰러져 죽었다!’고 그러더니 내가 그 짝이 났는지 놀고 있으면서도 여기 ..

꼼지락 거리기 202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