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27

방귀와 대변

방귀와 대변 엊그제 찾아온 스산한 바람이 빨강, 노랑, 갈색 나뭇잎을 주워 모아 길게 이어진 숲속 길 여기저기에 꽃방석을 만들어놓고 어디론가 조용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또다시 찾아온 강한 바람이 방석을 모두 망가뜨리는 걸 보니, 겨울이 가을을 쫓아내려고 작정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여기저기서 나무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친 후 천천히 내려오는데 후배 한사람이 갑자기‘뿌~우~우~’하며 방귀 소리를 내더니 “죄송합니다. 갑자기 그게 나오네요.”하며 미안한 웃음을 웃는다. “괜찮아! 자네는 장(腸)이 건강해서인지 냄새가 별로 나지도 않네.”선배의 말씀에 “그러면 장이 나쁜 사람은 냄새도 고약할까요?” “고기 같은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은 냄새가 더 고약하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장이 나..

꼼지락 거리기 2022.01.29

수술해도 아픈 다리

수술해도 아픈 다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벚나무를 마구 흔들어 몇 장 남아있지 않은 꽃잎을 모조리 떨구고 나자 하얀 제비꽃 수줍은 듯 피어나 웃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나비 한 마리 제비꽃 가까이에 서성이더니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나비야! 예쁜 제비꽃 아가씨가 아까부터 너를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하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잘 아는 형님 한분과 후배 아들 결혼식 피로연을 다녀오다 마을 형수(兄嫂)님을 만났다.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세요?” “오늘 우리 밭에 트랙타로 로타리를 친다 그래서 거그 잔 가볼라고요.” “그러고 보니 벌써 농사철이 시작되었네요.” “그랑께요. 봄이 오면 여그저그 꽃이 피고 그랑께 이삐기는 한디 농사짓는 사람들은 또 논..

꼼지락 거리기 2021.06.12

운동 중 제일 좋은 운동

운동 중 제일 좋은 운동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언제부터 내렸는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는데, 건너편 집 마당 한구석에 갈바람에 옷을 모두 벗어버린 감나무가 꼭대기에 마지막 남은 단감 하나를 매달고 내리는 겨울비를 흠뻑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아무도 모르게 겨울이 우리 곁에 찾아와 살며시 웃고 있겠지?’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형님 오랜만이네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가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었다. “그래 동생 정말 오랜만일세! 그런데 요즘 퇴직하고 무엇하고 지내는가?” “퇴직한지 몇 개월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조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그냥저냥 지내고 있어요.” “그러면 농사 ..

꼼지락 거리기 2020.12.26

암과 운명

암과 운명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오더니 길옆 예쁘게 피어나기 시작한 족두리 또는 풍접초라고 불리는 꽃 옆으로 다가서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바로 옆 아주 보잘 것 없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꽃에 앉더니 기다란 관으로 꿀을 빠는 것처럼 보였다. ‘나비에게는 아무리 화려하고 예뻐도 필요 없고 꿀 많은 꽃이 최고인가 보구나! 그런데 우리는 실속보다는 너무 화려하고 예쁜 것만 찾는 것은 아닌가?’생각하는데 “동생! 사람이 그렇게 불러도 모르고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先輩)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어디 다녀오는 길이세요?” “오늘이 5일 시장(市場)이 열리는 날이어서 장 구경 한 번 가 보려고 나왔네!” “날씨도 무더운데 다녀오..

꼼지락 거리기 2020.10.03

술과 운동

술과 운동 “내일은 곳에 따라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가득하고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바람은 푸르디푸른 애기단풍잎 사이를 지나며 귓가에‘스~스~슥!’사랑의 밀어(蜜語)를 속삭이는데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頂上)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운동(運動)을 하고 있는데 “동상 오셨는가?”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잘 아는 선배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항상 저보다 더 빨리 오시더니 오늘은 웬일로 늦으셨네요.” “금메! 으째 오늘은 여그 잔 올라온디 엄청 심이 마니 들어 몇 번 쉬다 본께 이라고 늦어부네!” “형님 나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힘이 드시겠지요. 그런데 어제는 왜 안 오..

꼼지락 거리기 202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