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9

노인들에게 절대해서는 안 되는 말

노인들에게 절대해서는 안 되는 말 관주산 정상에서 허리 돌리는 기구를 이용하여‘하나! 둘! 셋! 넷!’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일찍 오셨네!”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께서 빙그레 웃고 있다. “오셨어요? 그런데 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 “그게 여기를 오려고 집에서 막 나왔는데 우리 아버지께서 급히 집으로 오라고 전화를 하셨어.” “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우리 어머니께서 아침에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하다 넘어지셨던 모양이야 그런데 아버지 혼자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나에게 전화를 하셨더라고.” “그러면 어머니는 많이 다치셨나요?” “주방에서 넘어지셨는데 얼마나 크게 다쳤겠어? 넘어지면서 조금 놀라셨던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병원에서 주사 맞고 약(藥) 일주일 분 타고 해서 집으로 모셔다..

꼼지락 거리기 2021.11.13

친구와 어머니

친구와 어머니 길을 가다 우연히 옛날에 아주 절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그러게 자네는 어떤가? 직장에서 정년퇴직은 했을 것 같고 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는가?” “직장에서 정년은 진작했는데 지금도 서울에서 살고 있어.” “그러면 시골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가?” “시골집에는 어머니가 살고 계셔!”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고? 그러면 연세가 상당히 많으실 것 같은데?” “금년에 90세시거든.” “그러면 몸은 건강하신가?” “시골 사는 노인들이 건강하면 얼마나 건강하시겠어? 항상 여기저기 아픈 곳을 달고 사는 거지.” “그러면 정신은 괜찮으시고?” “아직까지는 괜찮으신데 시골집에서 혼자 계시다보니 누구 말벗도 없고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치매증상이 있는 것 같더라고..

꼼지락 거리기 2021.08.21

아버지의 욕심

아버지의 욕심 엊그제‘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 지났는데도 아직 날씨는 가을에서 머물고 싶은지 하늘에서 내리는 따스한 햇살이 온 누리에 골고루 퍼지면서 멀리 보이는 산에는 노란, 붉은색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하얀 머리를 곱게 빗은 억새아가씨 지나가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양이 한 마리 따뜻한 양지쪽 볏짚위에 드러누워 한가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천천히 내려오는데 반대편에서 잘 아는 선배 두 분이 올라오고 있어 “형님들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인사를 건네자 “동생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는가?” “저야 항상 잘 있지요. 그런데 누구에게 들으니 형님 농장을 파셨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요?” “그 말은 누구에게 들었는..

꼼지락 거리기 2021.01.09

"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 ‘꼬~끼~오!’동녘의 햇님이 아직 출근도하기 전 이른 새벽부터 멀리 장 닭들의 외침소리가 들려오면서 아직 퇴근도 못한 달님은 이제야 천천히 퇴근 준비를 하는데, 한 여름 날씨로 접어들면서 매일 무성하게 자라나는 잡초들과 전쟁을 치르는 동네 아저씨는 오늘도 변함없이 어른 키 높이만큼 자라버린 풀을 베어내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선배(先輩)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 커다란 대(竹)밭을 지나는데 하얀 바탕에 검은 페인트 글씨로‘죽신 끈어가지 마시오. 적발시 고발하겠음. 주인 백.’이라고 써진 커다랗고 아주 오래된 간판(看板)이 보였다. “형님! 저런 간판이 있는 걸 보면 옛날에는 주인 모르게 죽순(竹筍)을 많이 꺾어갔을까요?”묻자“..

꼼지락 거리기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