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4

사람들의 기억력

사람들의 기억력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반대편에서 모르는 사람이 휴대폰을 이용하여 노래를 크게 틀면서 올라오고 있어. “안녕하세요?”인사를 건네자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떡하며 지나가버리자 옆에서 걷고 있던 선배께서 “자네 아는 사람인가?”하고 물었다. “아니요. 잘 모르는데요.” “그러면 왜 인사는 했는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새들의 노래 소리가 아름답고 공기 좋은 숲에서 만나면 서로 가벼운 인사 정도는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나는 자네가 잘 알고 있어 그러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나는 전혀 몰라요. 그리고 형님께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요.” “무엇을 부탁하려는데?” “다름 아니고 앞으로는 제가 모르는 것은 묻지 말아주세요.”..

꼼지락 거리기 2022.07.30

부모님 산소와 명당자리

부모님 산소와 명당자리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끝나 가려는지 엊그제부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자 누렇게 익어 고개를 푹 숙인 채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던 시골 들녘의 벼들은 부지런한 농부들이 모두 수확을 끝내고, 콤바인이 지나간 논바닥에는 굵게 패인 시커먼 속살이 드러나 있는데, 먹이 찾는 까치 두 마리 무엇이 못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깍! 깍!’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끝내고 내려오는데 엊그제까지도 길 위쪽에서 도로를 내려다보던 누구네 집 산소의 봉분을 굴삭기로 파헤쳐 시신을 이장하였는지 흙이 나란히 골라져 있고 여기저기 바퀴자국만 남아있었다. “형님! 혹시 저쪽 산소 이장하는 것 보셨어요?” “글쎄! 저기는 별 관심도 없는데 언제 이장하였는지 알기나 하겠는가? 그나저나 ..

꼼지락 거리기 2022.01.22

지금 내 나이에!

지금 내 나이에! 오랜만에 선배 두 분과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선배 한분께서 말문을 열었다. “어제 내가 우리 집사람과 저녁밥을 먹으면서 가만 생각해보니‘애기 엄마가 없으면 나 혼자서는 못살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그래서 집 사람에게 ‘여보! 나는 당신이 업으문 죽을 것 같은디 으짜까?’ 그랬드니 ‘으째 갑자기 죽을 것을 꺽정하요?’글드라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내가 밥을 할 줄 안다거나, 또 김치를 담글 줄 안다거나, 아니면 찌개를 끓일 줄 안다거나, 하다못해 빨래 한 가지도 다 당신이 해 주는 것 만 먹고 쓰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니 기가 막혀서 그런다. 고 했더니 ‘그러면 지금부터 빨래하는 법, 밥하는 법, 김..

꼼지락 거리기 202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