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3

슬레이트의 추억

슬레이트의 추억 언제부턴가 소리 없이 우리 곁을 찾아온 봄이 산과 들에 초록과 연두색 물감을 부지런히 칠하다가 힘이 들었는지 잠시 허리를 쭉 펴고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지나가는 새들을 모두 불러 모아 아름답고 멋진 합창을 하게 하면서 오가는 길손에게는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배 두 분과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집에서 하얀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붕을 덮고 있는 슬레이트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형님 저 집은 사람도 살고 있지 않은데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있네요.”하였더니 “사람은 살지 않아도 누군가 저걸‘걷어내 달라!’는 신청을 했으니 걷어내고 있겠지 그렇지 않으면 저것도 남의 사유재산인데 함부로 걷어낼 수 있겠는가?” “그렇긴 하네요. 그..

꼼지락 거리기 2022.06.12

"모든 것은 운명이야!"

“모든 것은 운명이야!” 동녘에 환하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밝고 고운 햇살을 온 누리에 선물하자 거미줄에 매달린 이슬방울 영롱하게 반짝이는데, 새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지 여기저기 모여 서로‘내가 최고!’라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노래 부르기에 여념 없고, 이제야 잠에서 깨어난 붉은 장미 아가씨 지나는 길손을 바라보며 수줍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運動)을 마치고 선배(先輩) 두 분과 함께 산을 내려와 차(車)가 다니는 도로(道路)로 접어들었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길가에 쓰러져 죽어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선배께서 “어! 왜 이게 여기서 죽어있지?”하자 옆의 선배께서 “차에 치었을까? 그놈 예쁘게도 생겼는데 이렇게 죽은 걸 보니 정말 안타깝네 그려!” “그러니까요! 차가 보이면 사람 같으..

꼼지락 거리기 202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