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1

병원 화장실에서

병원 화장실에서 아침 7시 반경 세수를 하려고 광주의 대학병원 병동(病棟) 화장실로 들어서자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얼룩진 바닥을 부지런히 닦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바닥에 무엇이 그렇게 많이 묻었답니까?” “어젯밤 누가 화장실에서 변(便)을 보았는데 변기에 앉지 못하고 바닥에다 본 모양인데 나오면서 그걸 밟았는지 여기저기 묻어 있네요.” “아니 누가 대변을 변기에 앉아 보지 않고 바닥에다 본답니까? 혹시 아주머니 골려주려고 심술부린 것 아닐까요?” “심술부리는 것은 아니고 여기는 밤이면 보호자 없이 환자들만 계시니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화장실에 오시면 링거 줄이라든가 그런 것 때문에 변기에 앉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할 수 없이 바닥에 변을 보는 경우가 있거든요..

꼼지락 거리기 2021.07.10

암과 운명

암과 운명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오더니 길옆 예쁘게 피어나기 시작한 족두리 또는 풍접초라고 불리는 꽃 옆으로 다가서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바로 옆 아주 보잘 것 없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꽃에 앉더니 기다란 관으로 꿀을 빠는 것처럼 보였다. ‘나비에게는 아무리 화려하고 예뻐도 필요 없고 꿀 많은 꽃이 최고인가 보구나! 그런데 우리는 실속보다는 너무 화려하고 예쁜 것만 찾는 것은 아닌가?’생각하는데 “동생! 사람이 그렇게 불러도 모르고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先輩)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어디 다녀오는 길이세요?” “오늘이 5일 시장(市場)이 열리는 날이어서 장 구경 한 번 가 보려고 나왔네!” “날씨도 무더운데 다녀오..

꼼지락 거리기 2020.10.03

코로나19와 택시기사

코로나19와 택시기사 시골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누군가‘아저씨!’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길 한쪽에 하얀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내 어린 시절‘찔구!’라고 부르던 찔레의 새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입에 넣으면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지면서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었는데, 이제는 입맛이 변했는지 아니면 먹거리가 많아져서 그런지 알 수 없으나 그 시절 그 맛을 느낄 수 없어 정말 아쉬운 마음이다. 순천(順天) 버스터미널에서 택시에 오르자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하며 기사(技士)께서 반갑게 맞는다. “수고 많으십니다. 금당 우미아파트로 가시게요.” “예! 잘 알았습니다.”하며 차(車)는 출발하였다. “그런데 지금 어디가시는 길입니다...

꼼지락 거리기 2020.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