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7

"나에게 고생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나에게 고생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따~르~릉! 따~르~릉!’선배의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접니다. 지금 산에서 내려가고 있는데요. 내일 모임 말씀이세요? 그런데 곤란하겠다고요? 왜요? 형수님 때문에 힘들겠다고요?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요즘 오미크론 때문에도 모이지 말라고 그러니 다음 달로 미루면 어떻겠어요? 예! 알았습니다. 그러면 다음 달로 미루겠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고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전화 끊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온 전화인데 그렇게 심각하세요?”물었더니 “우리 선배님에게 온 전화인데 이번 달 모임을 다음 달로 미루자고 그러네.” “무슨 일이 생겨서 그럴까요?” “그 형님 부인이 진작부터 몸이 좋지 않아 요양원에 계셨는데..

꼼지락 거리기 2022.04.30

육촌 형님의 부음

육촌 형님의 부음(訃音) 강한 눈보라와 함께 찾아온 추위는 며칠 동안 계속 주위를 맴돌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포근한 날씨로 변하면서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듯 시골 들녘 농로길 양지바른 곳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밥풀처럼 조그만 잉크 색 꽃들이 무수히 피어나고 있었다. 집에서 마당 청소를 하려고 다소 헐렁해져 빙빙 돌아가는 대 빗자루를 철사로 감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예! 형님 접니다.” “잘 지내고 있냐? 집안에 별일 없고?”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어떠세요?” “나도 잘 있다. 그런데 동물병원 하시던 광주(光州)형님이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다.” “그랬어요. 장례식장은 어디라고 하던가요?” “광주 학동에 있는 장례식장 알지?” “예! 알고 있지요.” “그럼 거기서..

꼼지락 거리기 2022.02.19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 '불조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불조심!’ 그동안 정들었던 8월 달력을 한 장 뜯어내자 어느새 달려왔는지 9월이 가을의 손을 잡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예년에 비해 금년에는 유난히 더 무덥기만 했던 8월이기에 아무런 정도 안 들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우리 곁을 떠난다니‘벌써 한 달이 지나가 버렸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서운하고 아쉬운 느낌이다. 관주산 정상에서 맨손 체조를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소리에 뒤 돌아보니 잘 아는 선배 한분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지난번에 다친 다리는 어떠세요?” “많이 좋아져서 산에 오지 안 좋아졌으면 왔겠는가?” “좋아졌다면 정말 다행이네요. 그런데 다리는 낚시하러 가다 다쳤다고 했지요?” “..

꼼지락 거리기 2021.11.06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아침부터 게으름을 피우던 하늘의 햇님은 오전 10시가 넘었어도 늦잠을 주무시는지 구름 속에서 나올 줄을 모르는데 숲속의 새들은“꾸찌! 꾸찌! 꾸찌!”서로‘내가 최고!’라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노래 부르기에 여념 없고, 길가에 빨강, 노랑, 하얀색의 밥알만큼 작은 이름 모를 꽃들은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나 진작부터 시작된 봄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 올라서니 후배가 윗몸 일으키기 운동을 하면서 “형님 오셨어요?”하며 반긴다. “오늘은 자네 혼자만 있는가?” “그러니까요. 방금 전까지도 사람이 대여섯 명 있었는데 갑자기 모두 내려가 버리네요.” “그랬어? 내가 올라오면서 일곱 명인가 만났는데 요즘 들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거든.” “그러니..

꼼지락 거리기 2021.06.26

치매와 건망증

치매와 건망증 “내일은 태풍 급의 강한 바람과 함께 곳에 따라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 있겠으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피해가 없도록 미리 대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하였는지 어제 깊은 밤부터 불어대기 시작한 강풍은 날이 새도록 사나운 괴성을 지르며 여기저기 많은 눈을 뿌려대더니 아침이 되면서 조금 잔잔해진 느낌이지만 눈 위를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선배 두 분과 산 중턱쯤 내려왔을 때 선배 한분께서“어! 내 휴대폰이 어디 갔지?”하며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였다. “휴대폰이 사라졌나요?” “그러니까! 아까 내가 우리 딸에게 온 전화를 받고 호주머니에 잘 넣어둔 것 같은데 이상하다?” “혹시 아까 전화 받고 전화기를 운동기구 옆에 ..

꼼지락 거리기 2021.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