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한 곡조해 봐!

큰가방 2005. 2. 5. 21:36
 

"한 곡조 해봐!"         

2001.01.16

 

금 년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얀 눈 속에서는 오토바이 운전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설이 가까워짐에 따라 차츰 소포우편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바람까지 부는데 소포는 자꾸만 늘어난단 말이야!" 하면서 적재함 가득 우편물을 싣고 열심히 배달을 합니다.


"정찬일 씨! 정찬일 씨! 소포 왔습니다. 도장을 좀 가져오시렵니까?" "예~에! 어디서 소포가 왔어요?" “군(軍)에서 왔네요!”"아이고! 옷이 빨리도 왔네! 군대에 간지 2주일 밖에 안됐는데!" 하면서 도장을 가지고 나오시더니 "그 놈 고생깨나 하겠는걸!" 하시던 아저씨께서 갑자기  아주머니를 쳐다보더니 하시는 말씀


"인자 옷도 오고 그랬응께 한 곡조 해봐라!"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 무엇을 한 곡조 해봐요? 무슨 좋은 일 있습니까?" "아니 군에서 옷이 오면 반드시 하는 일이 있거든 그래서 지금 한 곡조 하라는 거여!" 하시는 겁니다. “십 여 년 전만 해도 군에서 옷이 오면 동네방네 떠나가도록 옷을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시는 부모님을 흔히 봐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일은 거의 없는데 새삼스럽게 한 곡조를 하시다니요! 그런 말씀은 마시고 아주머니 위로 좀 잘해드리세요!" 하는 저의 말에 "아니여! 그래도 한 곡조를 해야 만 저 사람 성질에 속이 좀 풀릴 것이여!" 하시는 겁니다. "군에 간 아들 옷을 붙잡고 울어봐야 소용이 없고 이제 드디어 사람이 되어 오겠구나!


생각하시고 잘 다녀오도록 기원이나 해 주십시오!" 하고서 슬며시 그 자리를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도 이 삼년만 있으면 저렇게 군대에 간 아들의 옷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리고 그 옷을 바라보며 부디 열심히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도록 기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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