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거기 안서~어!

큰가방 2005. 2. 5. 21:38
 

거기 안서~어!         

2001.01.27


어제 밤에 내린 눈이 아직은 길바닥에 녹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어 오토바이 운전하기가 그렇게 즐거운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초가 되어서 인지 우편물은 많지가 않아 그렇게 마음속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할머니 무엇하고 계세요?" "아이고! 아저씨 내가 나가야 된디 일부러 오셨는갑네! 으짜까 미안해서!" “뭐가 미안해요? 그런 말씀은 마시고 돈 한번 세어보세요!"


"아이고! 안시어 봐도 맞것제 오직 착실하게 갖고 왔을라고!" "그래도 세어보세요. 돈은 부자간에도 세어본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기는 그려 그라문 세어 봐야제!" 하시며 할머니께서는 돈을 세어보고 계십니다. 그러더니 "딱 맞네! 고마와서 으짜까?" "뭐가 고마워요! 다음에도 언제든지 부탁하실 일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그럼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하면서 막 대문을 나오려는데 갑자기 할머니께서 부르십니다.


"아저씨! 아저씨! 이리 좀 와 봐! 잉!" "왜 그러세요? 할머니!" "응! 이거 가다가 담배나 한 갑 사 피워 지난번에도 돈을 바꿔 주드만 또 심바람을 해준께 고마와서 뭐라고 말도 못하것네! 으디서 참말로 좋은 아저씨가 와서 우리 할망구들이 살판이 났어! 날도 춥고 그란디 망구들이 우체국까지 돈 바꿀라고 가문 차비에다 뭣에 다가 돈이 이것 만 들것어? 그랑께 이것 가다가 담배나 사피여 잉!"


하시며 돈 오 천 원짜리 한 장을 저의 손에 쥐어 주십니다. "할머니 이러시면 안돼요! 저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사람인데 우리 어머니 같으니까 그냥 심부름하여 드린 것이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넣어두세요!" "아니! 돈이 적어서 그래?" "아니요! 그런 게 아니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되니까 이 돈은 할머니 맛있는 거 사 잡수세요!" "그래도 할망구가 준디 받아야제! 안 그래?" 이것 참 곤란한일이 생겼습니다.


돈을 받기도 안 받기도 참 곤란한 일이 아닙니까? 그래서 이렇게 했지요. "할머니! 저기 좀 보세요!" "응 으디를 봐?" "저기요! 저기!" 하면서 할머니께서 다른 곳을 보시는 순간 냅다 도망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저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항상 건강하세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아니! 저것이 말을 안 듣고 그냥 가네~에! 거기 안서~어?" 하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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