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원래 성질이 저런 다요!"

큰가방 2008. 3. 16. 18:06
 

“원래 성질이 저런 다요!”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 나온다!’는 경칩(驚蟄)이 어제였는데 봄은 좀처럼 우리 곁에 찾아오기 싫은지 아침나절 잠시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가 싶더니 오후 1시가 넘어서자마자 하늘에 온통 우중충한 먹구름이 태양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였다. “또 다시 황사가 우리나라를 찾아오려는 것일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오지? 그리고 이렇게 바람이 불면 봄은 언제 찾아오지?”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이 마을 저 마을로 우편물 배달을 하면서


우연히 바람이 불지 않는 양지쪽을 바라보았는데 언제 피어났는지 밥알만큼 작은 잉크 색 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나 환하게 웃으며“아저씨! 안녕하세요?”하고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아~아!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찾아와 웃고 있었구나! 그런데 나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그래! 금년에도 잊지 않고 찾아와 정말 고맙구나!”하며 잠시 꽃들에게 미소를 보내준 후 전남 보성 회천면 화죽리 화당 마을에 들어섰는데 사람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조용하기만 하였다.


“가만있자! 이 소포의 주인을 찾아야겠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누구에게 물어보지?”하며 마을에 혹시 사람이 보일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길 아래쪽 비닐하우스에서 할머니 세분이 나오고 있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그런데 하우스에서 무슨 일을 하셨어요?” “밭에 감자 심을랑께 씨감자 손질 좀 하니라고!” “금년에도 씨감자를 많이 심으시나 봐요.” “아이고! 을마 안 되야! 일 할 사람도 없고 그랑께 자그만치 심어야제 많이 심어 논께 일할라문 사람 죽것어!”


“그러기는 하겠네요! 그런데 혹시 이 마을에 강을용 씨라고 들어보셨어요?”하며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들어있는 라면박스 절반 정도 되는 크기의 소포 한 개를 꺼냈더니 “와따~아! 누구 집에 큰 선물이 왔는갑네! 그란디 강을용이라고? 으디서 한번 들어본 이름인디! 누구까?” “와따~아! 쩌그 웃집 경산떡 손지 아니여?” “아니여! 그 집 손지는 강길용이라고 하드만.” “그래~에! 그라문 누가 강을용이여?” “여그 옆집이 웅치 떡 아들 아니여?”


“아니여! 그 집 아들은 강일용이라고 그러든가 그란디 소포에 전화번호는 안 적어졌어?” “전화번호가 없으니 물어보지 전화번호가 있으면 뭐 하러 물어보겠어요? 전화하면 누구 집 인줄 금방 알 수 있는데.” “하기사 그라기는 하것네! 잉! 그란디 으째사 쓰까? 소포 임자를 찾아야 할 것인디!”하더니 갑자기 비닐하우스에 대고 “애기 아부지! 애기 아부지!”하며 영감님을 부르자 “뭣 할라고 불러싸~아!”하며 영감님이 하우스 밖으로 나오셨는데 “거시기 강길용이라고 들어봤소?”하고 할머니께서 묻자마자


“아니 한동네 살면서 여태까지 그것도 몰르고 있었는가?”하며 역정을 내셨다. “어르신! 강길용 씨가 누구신데 그렇게 화를 내세요?” “자네는 쩌~어! 윗집 영암 아짐 집에 한번도 안 가봤는가?” “저기 윗집 할머니요? 그 할머니 댁에는 전화요금 건강보험고지서 배달 할 때 빼고는 갈 일이 거의 없으니까 저도 잘 모르지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그 할머니 손지가 강길용이여! 알았어?”하며 여전히 큰소리로 고함을 치셨다. “그런데 어르신! 왜 그렇게 고함을 지르세요? 제가 혹시 잘못한 것이라도 있어서 그러신가요?”


“아니 자네한테 그러는 것이 아니고 우리 집사람한테 하는 이야기여!” “할머니가 어째서요?” “그래도 한마을의 우리 일가(一家)되는 사람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안 쓰것는가? 그란디 조카 이름도 아직 모르고 있으니 답답해서 하는 소리여!” “어르신! 아무리 그렇더라도 마치 할머니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그렇게 큰소리로 나무라면 되겠습니까? 더군다나 사람도 여럿이 있는 곳에서!”하였더니 곁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할머니께서“냅 두씨요! 원래 성질이 저런다요!”


 

*시골 들판 양지쪽에 많은 무리를 이루며 피어있는 이 꽃들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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