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시원한 식혜 한 그릇

큰가방 2005. 3. 13. 09:42
 

시원한 식혜 한 그릇 

2001.04.20


어제까지만 해도 초여름 같던 날씨가 오늘은 웬일인지 싸늘한 날씨로 돌변을 합니다. 그리고 내의까지 벗어 던져서인지 굉장히 춥게만 느껴집니다. "날씨도 오래되니 노망을 하나 금방 더웠다 금방 추웠다 이거 원 사람이 적응하기가 힘들어서야" 하면서 구시렁거리지만 어디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그냥 견뎌내야지요 "계십니까? 계십니까?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 만나기도 힘이 드는 것 같단 말이야!" 하면서 주인을 불러봅니다.


"예! 누구세요?" 하며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십니다. "안인순 씨 댁이 맞지요?" "예! 뭐가 왔어요?" "예 경기도 부천에서 소포가 왔네요! 부천에 안경란 씨가 누구 되세요?" "우리 큰딸이요! 또 뭣이 돌아온다고 선물사서 보냈는갑다!" "무슨 날이 돌아오는데요?" "우리 아저씨 생일인디 해마다 꼭 선물을 사서 보낸단 말이요! 잊어 불도 안하고!" "그러세요! 좋으시겠어요!" "그래도 딸이 좋단 말이요 이라고 늘 뭣을 사서 보내고 그랑께!"


"따님이 무엇을 하시는데요?" "아니 뭣을 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시집가서 살림하고 산단 말이요! 그란디 즈그 살기도 힘이 든디 이라고 늘 뭣을 사서 보내요! 그랑께 어떤 때는 미안해서 죽것소!" "그래도 사서 보낼 만 하니까 사서 보내시겠지요! 잘 받았다고 전화 한 통화 해주시고요 잘 쓰세요! 안녕히 계세요!" 하면서 밖으로 나오는데 “아저씨! 아저씨!” 하면서 방금 아주머니께서 다시 저를 부르십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딴것이 아니고 시원한 식혜 한 그릇하고 가시라고 불렀소! 날씨도 덥고 그랑께 시원하니 식혜 한 그릇 자시고 가씨요!" "예 그럼 한 그릇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하고 대답을 하고 나서 저의 마음속으로 "아니 오늘 같은 날씨가 덥기는 뭐가 덥습니까? 너무 시원해서 죽을 지경인데!" 하고 있으려니까 정말로 시원한 식혜를 한 그릇 가지고 오시는 겁니다. "아저씨 시원하니 한 그릇 드셔 보씨요!"


하시는 말씀에“예! 고맙습니다!”하고 차가운 식혜를 한 그릇 마시고 나니 저의 몸은 시원한 게 아니라 더 추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고! 추워라! 얼른 사무실로 들어가 봐야 하겠다!" 하는 생각만 들기 시작합니다. 고르지 않는 날씨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작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넘어진 양수기  (0) 2005.03.13
사탕 파티  (0) 2005.03.13
전화요금 70원  (0) 2005.03.13
웬 눈사람?  (0) 2005.03.05
버스 시간표  (0) 200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