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사탕 파티

큰가방 2005. 3. 13. 09:43
 

사탕파티

2001.04.25


포근한 봄날이 계속됨에 따라 농촌의 하루하루도 매일 매일 바빠지는 것 만 같습니다. 어느 마을은 마을 사람이 모두 모여 모판을 만들고 못자리 준비를 하는가 하면 어느 마을은 들판에서 논에 물을 대고  트랙터로 쟁기질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모판에 볍씨를 뿌리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어느 마을에는 볍씨를 소독을 하느라 야단들입니다.


이제는 봄을 맞이하는 분주한 손길만이 농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저씨~이!"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판에 볍씨를 뿌리면서 누군가 저를 부르는 겁니다. "예! 왜 그러십니까?" "혹시 나한테 소포 안 왔어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이외님 이요!" "예~에! 이외님 씨요 여기 소포가 하나가 왔네요!" "아! 그라문 이리 주씨요!" "예! 그렇게 하세요! 여기다 서명을 하시고요!"


그러는 순간 옆의 아주머니 아저씨들께서 기웃거리면서 "뭣이 왔어? 맛있는 것 왔으면 이리 내놔 봐! 우리도 좀 얻어먹게 누구한테 왔어?  딸한테서 왔구만! 저 집이는 딸들을 잘 둬서 늘 저런 것이 와싸 얼마나 좋을꼬? 어여 빨리 끌러봐! 큰딸한테서 왔어? 작은 딸한테서 왔어?  저 집 아들한테서는 소포가 엊그제 왔제? 어서 끌러봐 뭣이 왔는가 보게!" 하시면서 이구동성 야단들이십니다. 그러자 잠시 후 이외님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아따~아! 우리 큰딸이 밤이면 나 심심하다고 먹으라고 사탕 사서 보낸다 그러드만 인자 사탕이 왔구만! 내가 한 개씩 나눠 주께!" 하시면서 소포포장을 뜯습니다. 그리고 소포 속에서 나온 사탕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시는 겁니다. "이 집도 한 주먹! 저 집도 한 주먹! 그라고 우체부 아저씨도 한 주먹!" 이렇게 나누어주시니까 사탕 한 봉지가 금방 없어지는 겁니다. "아주머니! 따님께서 보내신 사탕을 그렇게 다 나누어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래도 좀 남겨 두셨다가 잡수셔야지!" 하는 저의 말에 "아니여! 아저씨! 이런 것은 이렇게 나누어 먹어야만 맛있는 거여 그래야 우리 딸 자랑도 좀하고 안 그러요?" 하시는 겁니다. "물론 그러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막 나누어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이고! 아저씨 걱정도 말어! 여기 아직도 두 봉지나 남았어! 이거 가지면 한 달은 먹어 그랑께 걱정도 말어! 그라고 이라고 나눠서 먹응께 얼마나 좋소? 안 그러요? 모다 들!"


하시는 아주머니 말씀에 모두들 "아! 그라제- 에!" 하십니다. 오늘 그 마을은 사탕이 떨어지도록 아니 오늘 하루 일이 모두 끝이 나도록 자녀들의 이야기로 꽃을 피울 것입니다. 그리고 일하는 즐거움도 두 배 아니 세 배가 될지도 모릅니다. 누가 요즘 세상을 너무나 맑다고 너무 이기주의라고 했을까요?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흐뭇한 일들이 얼마든지 많은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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