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와 장애물
어젯밤 마치 태풍처럼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하여 찾아온 비구름이 물러가면서 하늘에서는 잔잔한 햇살이 내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러나 가벼운 운동을 하려고 집을 나서 동윤천 옆에 있는 생태공원을 향하여 천천히 걷고 있을 때는 하늘에서 강렬한 태양 볕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내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용문리 체육공원 쪽 농로 길로 접어들어 걷고 있는데 앞에서 누군가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앞만 보고 걷다보니 어느새 휠체어를 지나치고 있는데, 그 순간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예~에! 안녕하세요?”엉거주춤 답례를 하고 뒤 돌아보았더니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은 이제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아주 잘생긴 젊은 청년이었다. “아저씨는 여기서 가까운 곳에 사세요?”하며 아주 밝은 얼굴로 묻기에 “아니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제가 오늘 처음 뵙는 분 같아서요.”하며 말을 걸어왔다. “나는 저 위쪽 태평길 쪽에 살아요. 그러면 집은 어디인데요?”
“저는 저 건너 마을 보이시지요? 거기 살아요.”하며 손가락으로 성두마을을 가르친다. “오늘은 날씨가 굉장히 무더운데 어디 다녀오는 길이세요?”
묻자 “저쪽 장애인 복지관 아시지요? 거기 다녀오고 있어요.” “그럼 복지관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많이 있나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특별히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가면 저 같은 장애인들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매일 찾고 있어요.” “그럼 사람들은 많이 오나요?” “저 같은 장애인들은 많이 와요! 그래서 같이 모여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또 정보도 교환하니 아주 좋아요.” “그럼 장애인 복지관 같은 시설이 많으면 좋겠네요,” “물론 많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제 욕심이겠지요?”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이 어느새 체육공원이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그 순간 ‘턱!’하는 소리와 함께 휠체어가 무엇에 걸렸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옆으로 다가서자, 그 청년은 늘 있었던 일처럼 별로 당황한 기색도 없이 밝은 얼굴로 “놔두세요!
제가 다시 할게요.”하고 양손으로 휠체어를 움직이려 하는데 어디에 걸렸는지 꼼짝하지 않았다. “저~어! 죄송한데요.
휠체어를 앞으로 조금만 당겨주시겠어요?”하여 뒤에 달려있는 손잡이를 잡고 앞쪽으로 밀려고 하였으나 여전히 꼼짝을 하지 않아,
이번에는 뒤쪽으로 잡아당기자‘퍽!’하는 느낌이 들면서 바퀴가 빠져나왔다. 그래서 휠체어가 빠진 곳을 보니, 논에서 물이 흐르는
하천까지 농로 길을 가로질러 호스를 연결하려고, 시멘트 자르는 카트기로 잘라 파낸 다음, 파이프를 묻고 다시 흙으로 덮어놓았는데,
엊그제 내린 비가 흙을 씻어 내버리자, 거기에 폭과 깊이가 약 15~6cm쯤 되는 작은 구덩이가 생겼는데, 그것을 모르고 지나가는
바람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아! 우리 같은 비장애인들은 저런 구덩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정말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커다란 장벽이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장애인을 위하여 많은 배려를 한다고 하지만 아주 소소하고 작은 것 때문에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올해는 날이 뜨구와서 그란가 몰라도 별라도 풀들이 빨리 빨리 질어 싼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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