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홀로 산다는 것.

큰가방 2016. 8. 28. 17:48

홀로 산다는 것.

 

오늘도 어제처럼 가벼운 운동을 하기 위해 동윤천이 흐르는 생태공원을 향하여 천천히 걷는데 어젯밤 강한 바람을 동반한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산과 들에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더욱 푸르른 모습이었다. 생태공원에 도착한

 

나는 시원한 바람이 지나는, 육교 다리 밑 그늘에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를 붙잡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데 누군가

내 곁을 지나가서 바라보니 잘 아는 선배였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아이고~! 자네 참말로 오랜만이시! 그 동안 잘 지내셨고?”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건강은 어떠세요?” “건강이야 이 정도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 근디 자네 오늘은 먼일인가?

요새는 근무 안 한가?” “작년에 정년퇴직했어요.” “그랬어? 그라고 본께 자네도 나이가 솔찬이 만제 잉!” “그러니까요. 항상

 

그 나이로만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랑께 말이여! 그란디 제수씨는 오늘 같이 운동하러 안 오셨는가?”

저의 집 사람은 무릎이 안 좋아 같이 못 다니고 있어요.” “그래~! 그라문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지 그런가?”

 

병원에서 사진 촬영을 했는데 오른쪽 무릎 뼈가 약간 틀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약 3개월간 치료하면

정상인처럼 마음대로 걸을 수 있다는데, 집 사람은 죽어도 싫다!’고 하네요.” “으째서?” “무서워서 그런 다네요.”

 

그래도 제수씨께 잘해 드리게! 알겠는가?” “! 그런데 형님께서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자네 형수가 가분지가 9년 되얐네!”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그란디 집 사람이 가 불고 나서 첨에는 혼자 살랑께, 참말로 심들드란 마시!” “물론 그러셨겠지요,

 

그러면 조카들이 도시로 나가 함께 살자는 말은 안 하던가요?” “몰론 같이 가자고는 한디, 내가 마다 그랬어!” “왜 싫다고 하셨어요?”

이 나이에 자식들 하고 도시로 가서 멋 하꺼인가? 그래도 여가 있으문 화물차가 있응께 일이라도 생기문, 용돈이라도 벌고 그라제!

 

그란디 혼자 있을랑께, 산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드란 마시, 그라고 그중에서도 젤로 반찬이 문제고!” “정말 그러시겠네요.”

솔직히 말해 내가 이 나이에 밤이문 여자생각이 나것는가? 그란디 문제는 청소도 그렇고, 옷 세탁하는 것도 그렇고, 또 사는 것도,

 

나는 아무리 깨끗이 한다 해도 홀애비 티가 나는 모양이더라고!” “그러니까요.” “그란디 다행이 우리 애기 엄마 있을 때부터

잘 아는 동생이 여자를 한 사람 소개해 주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지금 같이 살지는 않지만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고 있어!”

 

그러면 옛날 혼자 사시던 때와 비교하면 무엇이 다르던가요?” “멋이 특별히 다를 것이나 있것는가? 그래도 우리 집 옴시로

반찬도 만들어다 주고, 또 세탁이나 청소도 해주니,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 “그러면 형님은 어떻게 하세요?”

 

그 여자 집에서 농사를 무지하게 만이 지여! 그랑께 평소에도 자주 가서 둘러 본디, 봄하고 가을이문 거그 가서 살다시피 하면서,

모 심글 때 되문 다 심어주고, 또 가을이문 나락 다 비고, 또 내차로 이것저것 다 실어다 날리고, 하여튼 먼 일이든지, 해주라고만 하문

 

다 해준께 참말로 좋아하드랑께!” “물론 그러시겠지요, 하여튼 잘하셨네요, 서로 의지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입니까?”

내가 살아본께 사람이 옆에 있고 읍고 차이가 진짜 하늘과 땅 차이데! 그랑께 자네는 항상 제수씨 한테 잘 해드리소! ! 알았제?” 


"우리 딸이 요 옆에 아파트서 산디 심심항께 옥수수 잔 쌀마서 갖다 주니라고!"





42444


 


'꼼지락 거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이큰 사람?  (0) 2016.09.11
못 믿을 스마트폰 레시피  (0) 2016.09.04
휠체어와 장애물  (0) 2016.08.14
콜라와 들기름  (0) 2016.07.31
"청말 머리 아퍼요."  (0) 201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