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낚시터에서 생긴 일

큰가방 2017. 6. 24. 12:51

낚시터에서 생긴 일

 

아침 식사를 하면서 TV를 켜자 낚시 마니아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부인과 함께 낚시를 간 마니아가 제법 큰 물고기를 낚아 올렸는데

이것을 지켜본 부인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이유를 물어보니 하루라도 쉬는 날이면 집안일도 좀 도와주고, 애들하고 같이 놀아주고,

 

또 가족끼리 야외도 나갔으면 좋으련만 생전 그런 일은 없고 그저 낚시! 낚시!’오로지 낚시만이 자기 인생인 것처럼 하니

제가 화가 안 나겠어요?”하자 남편의 대답황금 같은 쉬는 날, 애들하고 하루 종일 집안에만 쳐 박혀있으면 뭘 해?

 

이렇게 물가에 나와서 바람도 좀 쐬고 고기도 잡고 하니 얼마나 좋아! 그리고 나하고 낚시만 같이 다니면 라면도 끓여주고

밥도 해주고 하여튼 해달라는 것은 다 해줄게!”하면서 물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고기는 잡히지 않고 갈수록

 

날씨는 추워지더니 이번에는 눈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급기야 부인께서아까 잡은 물고기가 제대로 눈이 붙었는지 확인해봐!

그리고 날도 춥고 그러니 제발 집에 가자!”며 눈을 흘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20여 년 전 내가 낚시 다녔을 때의 일이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내가 한창 젊었을 때인데 아직 날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어느 봄날, 내가 다니던 직장의 직원(職員)과 함께

전남 보성군 미력면 보성강가로 낚시를 갔는데 거기에는 이미 잘 아는 선배(先輩) 한분이 낚시 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다 우리가 들어가자

 

어서 오시게! 오늘은 가족과 함께 하시지 이렇게 낚시를 나오셨는가?” “그러면 형님은 왜 물가에 나오셨수?”

나야 기러기 아빤데 집에 가족이 있는가? 마누라 있는가? 그러니 이렇게 물가에 나와도 상관이 없지 안 그런가?”하시는데

 

할 말이 없어진 우리는 그저 조용히 앉아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고기를 몇 마리나 잡았을까? 낚시를 던져 잡아당겼는데

! !’소리만 날뿐 물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물속에 잠겨있는 나무에 낚시가 걸린 것 같았다.

 

그래서 옷을 벗고 팬티 바람에 물에 들어가 낚시가 걸린 나무를 치워내고 물 밖으로 나왔는데, 그때 마침 불어 온 찬바람 때문에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 재빨리 옷을 입고 있는데 옆에 계신 선배께서 또 한마디 하신다. “너희들은 여기 해수욕(海水浴)하러 왔냐?”

 

아니요 낚시하러 왔는데요.” “그럼 왜 옷을 벗고 난리냐?” “...”할말이 없어진 우리는 그저 조용히 앉아 낚시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잠시 후 초등학교 2학년과 4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 어린이 두 명과 아주머니 그리고 낚시 가방을 짊어진 아이들의 아빠께서

 

우리 옆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낚시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우리 일행은 고기가 잘 잡히기 시작했는데 어린이들 아빠 낚시에는

아무런 기미가 없었다. “아빠! 쩌기 아저씨는 또 고기를 잡았어!” “그랬냐? 조그만 기다려라 나도 금방 고기를 잡을 거야!”

 

그러나 물고기들은 모두 내가 앉은 쪽으로 몰려들었는지 어쨌는지 낚시를 물에 넣기 바쁘게 고기가 잡히는데 애들 아빠에게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엇이 풍덩! 풍덩!”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어린이들이 돌을 주워 내 주위에 던지고 있었다.

 

애들아! 왜 돌을 던지고 있냐?” “우리 아빠에게 물고기가 많이 가라고요!” “아니 뭐라고?”어이가 없어진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웃고만 있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어린이들은 그때 아빠를 따라 낚시 갔던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요새 날이 너머 가문께 이것을 심거도 살란가나 몰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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