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과 갑상선암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오르고 있는데 누군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가만히 고개를 돌려보니,
길옆, 위아래에, 산등성이에, 언제 피어났는지 빨간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지나가는 길손에게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예전에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후배(後輩)를 만났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고 계셨는가?”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어떠세요?” “나도 잘 지내고 있지.” “정년퇴직하신 후 통 보이지 않던데 요즘은 뭐하고 지내세요?”
“그저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게 지내고 있어!” “형수님께서도 잘 지내고 계시고요?” “우리 집사람?
요즘은 옛날처럼 같이 산에는 다닐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아픈데도 없고 그러니 잘 지내고 있는 편이지 안 그런가?”
“그럼 다행이네요.” “그런데 제수씨는 어떠신가? 그리고 애들은?” “집사람도 잘 있는 편이에요. 그리고 애들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 그래요.” “애들 공부는 잘하는가?”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열심히 한다고는 하데요.”
“그래~에! 그렇다면 다행일세!” “그런데 형님! 누구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암(癌) 수술을 받으셨다면서요.”
“재작년 12월과 작년 1월에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왜 그런가?” “무슨 암으로 수술을 받으셨어요?” “신장암(腎臟癌)으로 받았는데!”
“그럼 몸속에 암이 있는 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담당의사께서‘오른쪽 신장에 물혹이
하나 보이는데 지금은 암이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관찰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았는데,
3년이 지나고 나니까 결국 암으로 발전했다고 하더라고! 그러나 다행히 자리를 잡자마자 발견했기 때문에, 그 부위만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는데
지금은 완치되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불안한 마음이 있더라고!” “그랬으면 다행이네요.
그런데 암이 생기기 전 혹시 무슨 증세 같은 것은 없던가요?” “무슨 증세가 있겠는가? 신장암 같은 경우는 아무런 증세도 없다가,
나중에 크게 부어올라 다른 장기를 밀어낼 정도가 되어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때는 이미 늦는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오늘 자네, 왜 암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는가? 혹시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 인가?” “저의 집사람이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암이라는 것이 그렇게 흔한 병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병원에서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참! 벼라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럼 병원에서‘갑상선 암이라고 바로 수술하자!’고 했다던가?” “그러니까 저의 집사람도 형님처럼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갑상선 검사를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병원에서 암이라며 겁을 많이 줬는지 어쨌는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돌아오더니 울고불고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며 난리를 치는데 견뎌낼 재간이 있어야지요.” “그럼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더 해 보시지 그랬는가?”
“하루가 바쁘다고 해서 이러고저러고 할 여유도 없이 그냥 수술을 했지 뭡니까?” “그럼 지금 몸 상태는 어떠신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잔소리가 많아졌어요.” “어떻게 많아졌는데?” “무엇을 하기만 하면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놓지 뭡니까!”
“그래~에! 암 환자들은 완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자네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하고
또 늘 위로하면서 사랑으로 감싸드리게 그것이 가정을 행복으로 이끄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야!
"아니 먼노무 꼬치가 안직 크도 안한거시 열매를 맺은다냐? 느저구가 읍응께 따부러야 쓰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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