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료의 나쁜 습관
관주산에 올랐다 배추와 무가 심어진 밭을 지나 나무들이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지름길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데
선배 한분이 손잡이가 기다란 농기구를 이용하여 감나무 밑에서 무엇인가 부지런히 뒤척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서며
“형님! 여기서 뭐하세요?” “어? 동생! 지금 어디 다녀오는 길인가?” “산에 다녀오느라고요.” “지금 거름 잔 넣고 있네!”하며
연신 나무 주위를 파서 옆에 쌓아놓은 시커먼 거름을 넣은 다음 덮고 있었다. “거름은 봄에 넣어야 하지 않나요?”
“봄에 넣는 것도 좋은데 지금은 추수도 모두 끝나 별로 할 일이 없어 한가하지만 그때가면 논에 거름 넣으랴, 종자 소독하랴,
밭갈이 하랴 바쁘거든! 그래서 지금 넣고 있는 거야!”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 “그런데 동생 지난번에 수술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디를 받았던가?” “그때 신장(腎臟)에 암(癌)이 있다고 해서 받았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신장이라면 콩팥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지요.” “그러면 엊그제 높은 나라로 간 김 주사(主事)는 그때 어디가 암이 있다고 했든가?”
“그때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간(肝)쪽이 안 좋아 수술을 받았다고 했거든요.” “그랬어? 그 사람도 참!
생각해보면 정말 안됐어!” “왜 안됐다고 생각하세요?”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직장 생활하면서 그 사람처럼 돈이 아까워 쓰지 못하고
간 사람은 처음 봤어!” “그러니까요. 그런 것을 보면 검소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돈을 놔두고 아까워서 쩔쩔매는 것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러게 말일세! 그때 사무실에서 전 직원이 5천 원씩 걷어 점심때 맛있는 음식 사먹자고 했는데
그 돈이 아까워‘자기는 안 먹겠다!’했다가 또‘먹겠다!’했다 그러다 여직원들에게 욕은 다 먹고 그렇게 아껴 높은 나라에 가면서
가지고 갔는지 몰라? 그런데 그 사람은 무엇을 먹거나 또 물건을 산다거나 그런데는 아까워 쓰지 못했는데 노름판에서는
굉장히 아낌없이 팍! 팍! 쓰더라고!” “노름판이라고요?” “그 사람이 화투(花鬪)는 또 굉장히 좋아했거든! 자네도 알고 있지 않았는가?”
“그것은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나이는 저 보다 한 살 어렸지만 몸이 좋지 않다며 명예퇴직(名譽退職) 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직장을 그만 둔 후 화투는 멀리하는 줄 알았지요.” “그런데 막상 사회에 나오면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암 수술까지 받아 완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을 했으니 누가 오라하겠는가?” “물론 오라는 사람은 없겠지만
몸도 성치 않고 그러니 병을 먼저 고친 다음 무엇을 하더라도 해야지 아픈 몸을 이끌고 무엇을 할 수나 있겠어요?”
“그러니까 말일세! 그런데 그 사람은 일자리를 알아본 것도 아니고 노름판을 기웃거렸던 모양이야.” “노름판을 기웃거려요?”
“그랬다니까. 그런데 자네도 알다시피 노름하는 곳이 어디 깨끗한 곳인가? 여기저기서 담배피우지, 술 마시지,
그런데다 혹시라도 경찰이 단속 나올까봐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있는 곳이니 어떻게 병(病)이 나을 수나 있겠는가?
오히려 없는 병도 생기는 곳이 노름판 아니던가?” “물론 그러겠지요.” “그리고 돈을 땄다면 몰라도 돈을 잃으면 또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러다보니 병이 더 깊어졌던 모양이야!” “그러면 치료도 하지 않았을까요?” “치료를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러다 병이 더 중해져서 결국은 높은 나라로 가게 된 것 같더라고.” “그런 것을 보면 사람은
돈에 너무 욕심을 부려도 안 되겠고 쓸 때는 쓰고 아낄 때는 아끼는 지혜가 필요하겠더라고요.”
"나비야! 왜 하필 거기 올라가 있냐? 위험해 보이는데!" "그래도 여기가 따뜻해서 좋아요." (사진은 2016년 늦 가을에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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