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표가 없으면
오늘도 천천히 관주산 정상(頂上)을 향하여 오르고 있는데 지난 가을 옷을 모두 벗어버린 채 깊은 겨울잠에 빠져있는
나무 사이에서‘또~르~르~르’마치 굴삭기(掘鑿機)가 커다란 돌에 구멍 뚫을 때 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여기저기 살펴보았더니
밤색 무늬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딱따구리 두 마리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벌레를 찾는 듯 구멍을 뚫다
나를 한번 슬쩍 쳐다보더니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고는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천천히 산(山) 정상에 도착하여
허리 돌리는 기구(器具)를 이용하여‘하나! 둘! 셋! 넷!’운동(運動)하고 있는데 선배(先輩) 한분이“어이~ 동생! 오늘은 일찍 오셨네!”
반갑게 인사를 하여 “예! 형님 어서 오세요! 그런데 오늘은 저 보다 늦으셨네요.” “집이서 태레비 잔 보다가 늦었구만!”
“무슨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도 방송하던가요?” “매주 수요일 날이문 KBS서 노래는 잘한디 아직 가수(歌手)가 안 된 사람들 모여 갖고
노래 자랑하는 프로그램 안 있든가? 그것 잔 보다 본께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네!” “그러면 오늘은 누가 노래를 제일 잘 하든가요?”
“여자가 일등인디 이름은 잘 몰것데! 그란디 노래는 확실하게 잘 하드만!” “그런데 연이어 5승을 해야만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던데
몇 승이나 했던가요?” “오늘 첨으로 나왔는디! 어려서 일찍 남자를 만나갔고 애기를 스물두 살에 빨리 낳는 갑드만!
그랑께 애기 키움서 고생도 만이 하고 결국은 첫 남자와 이혼(離婚)하고 다른 남자를 만났는디 인자는 행복하게 잘 산갑드만, 하여튼
오늘 한 번 1등을 했응께 인자 네 번만 더 잘 하문 가수는 시켜 주 껏 아닌가?” “물론 그러겠지요. 그러나 인기가수가 되기까지는
자신이 더 열심히 피나는 노력을 해야지 가수를 시켜준다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일이 있답니까?” “동생 말을 들어본께 참말로 그라네!
멋이든지 내가 먼저 노력을 해야만 되제 카만있으문 되는 일은 읍서 잉!”하더니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변하신 선배님
“어야! 그란디 요새 내가 자꼬 이상한 생각이 들드란 마시!” “무슨 이상한 생각이 드는데요?” “으째 그란지 갑자기 세상살이가
재미가 한나도 읍드란 마시! 그러면서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드란 마시!”
“왜 세상살이가 재미가 없을까요? 혹시 요즘 형님께서 걱정거리가 너무 없어 그러는 건 아닐까요?” “걱정거리가 너머 읍어서 그란다고?
그라문 그거이 있어야 좋단 말인가?” “꼭 그래야 좋은 건 아니겠지만, 옛날 자녀들 가르치고 할 때는 작은 박봉(薄俸)에도
어떻게 하든 먹고, 입고, 가르쳐야하기 때문에 해마다 1월이면‘금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목표라는 게 있었지 않습니까?”
“물론 우리가 젊고 애기들 갈치고 그럴 때는 참말로 힘들고 그렁께 자연히 목표를 세웠제!” “그렇지만 지금 남의 집 자녀들은
‘시집가고 장가 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걱정이 태산인데 형님 자녀들은 하나도 모나지 않고 곱게 성장(成長)하여
결혼까지 시켰고, 또 다른 집 아이들은 취직을 하지 못해 야단인데 형님 자녀들은 좋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데다
손자 손녀까지 예쁘게 잘 낳아 크고 있으니 걱정거리가 무엇이 있습니까?” “그랑께 그것은 없는 편이제!” “그러다 보니
삶의 목표가 없어지니 그런 것은 아닌가 싶네요.” “그러면 목표를 세워야 쓴다 그 말인가?” “큰 목표는 아니라도
조그만 목표라도 세우면 그것을 성취하는 재미 때문에 세상살이가 더 즐거워지고 인생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전남 보성읍 구마산에서 바라 본 쾌상리 평촌마을 뒷산입니다. (사진은 2017년 겨울에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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