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명절이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

큰가방 2019. 3. 9. 16:40

명절이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

 

오늘은 우리민족 고유의 큰 명절 설날이어서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낸 뒤 산소로 향하였다. 그리고 성묘(省墓)를 마친 다음 처갓집으로 향하였다.

어머니! 금년에는 작년 보다 더 복()도 많이 받으시고 건강(健康)하세요.” “자네도 복 마니 받고 건강하소! !”하시는

 

올해 88세이신 장모님의 얼굴에 작년 보다 더 많은 주름살이 생긴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집사람이 먹어보라!”며 깎아 온 과일을 막 한 조각 집어 들었는데계십니까?”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더니

 

사촌 처남이 빙긋이 웃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이모님은 건강하신가?” “! 건강하신 편이에요.” “하긴

이모님 나이에 아직 병원을 찾지 않으시니 그 정도면 건강하신 편이지! 자네 설은 잘 쇠었는가?”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처남 소주 한 잔 하시게!”하며 술을 따라 권하자 아직은 마실 시간이 안 되었는데!”하면서도 기다렸다는 듯

벌컥 마시더니 매형! 제가요. 오늘은 화가 나서 집에 안 있고 이리 와버렸어요.”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하였다.

 

매형도 알다시피 저하고 집사람은 맞벌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의 큰아들이 있거든요.” “그렇지 지금은 직장에 다니는가?”

직장에 다니고는 있는데 집 사람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고 모두 설날 근무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랬어!” “

 

그래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런다고 어머니가 계시는데 고향 안 올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다고 자네까지 안 오면 안 되겠지!”

그래서 다른 때 보다 빨리 저 혼자 왔거든요. 그리고 어머니께 사정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제가 전도 부치고, 고기도 찌고,

 

어머니 심부름도 하고, 하여튼 저의 집 사람 몫까지 열심히 했거든요.” “그랬으면 잘 했네!” “그리고 나중에 제수씨(弟嫂氏)가 오셨는데

제가 워낙 열심히 한 탓에 할 일이 없을 정도였거든요.” “그랬으면 정말 잘 했네!” “그런데 오늘 저의 막내 여동생이 오더니 다짜고짜

 

왜 올케를 데리고 오지 않고 엄마만 고생 시키냐?’며 난리를 치는 겁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어찌나 화가 치밀던 지요.

정말 성질대로라면 확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더라고요.” 하는 처남 목소리는 굉장히 떨리고 있었다.

 

그러면 자네가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 해 주지 그랬는가?”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큰 소리만 지르면 장땡이라는 듯 하니 정초부터 동네방네 우세할 일 있습니까?” “그렇지! 정초부터 집안에서 큰 소리가 나면 안 되지!

 

그래서 참았는가?” “그래도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제가 참아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잘했네!

요즘 그렇지 않아도 매스컴에서 명절 때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방송되고 있지 않던가? ‘너는 올해 시집 또는 장가가야지!’

 

올해 취직해야지!’하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하는 이야기에 또 식사 끝나면술상 봐와라!’ ‘과일 깎아 와라!’

남자들은 그저 편안히 앉아서 여자들 고생만 시킨다는 이야기가 많으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고향에 가지 않겠다!’

 

사람도 많은 것 같더라고 처제도 아마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한편으로는 엄마만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들어 그랬을 거야.”

정말 그랬는지 아니면 나에게 무슨 감정이 있어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편으로 생각하니 정말 서운하더라고요.”

 

물론 서운했을 거야! 그러나 정초에 또 그런 일이 액땜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처제에게 이해를 시키게!” 


어느새 봄은 우리 곁에 살며시 찾아와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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